▲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지난 30일 오후 2시쯤 청와대 춘추관 문 앞에 춘천지역 어린이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 한대가 들어섰다. 40여 명의 어린이들은 이날 1시간 여에 걸쳐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청와대 비서동, 녹지원, 본관, 대정원 등을 둘러보며 많은 추억을 쌓고 돌아갔다. 청와대는 서울로 나들이 오는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관광코스의 하나로 한달 전에 예약이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북악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청와대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神武門) 앞에는 일주일 내내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遊客)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청와대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으로부터 꾸준히 인기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은 춘천 어린이들이 청와대를 방문한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담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가 깨지며 취임 후 최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1%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은 취임후 처음이다. 부정 평가는 한주동안 3% 포인트 늘어나며 취임후 최고치인 63%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호남권 74%, 서울권 69%, 충청권 63%, 인천·경기권 62%, 부산·울산·경남권 61% 등 대부분 지역에서 60%를 넘어섰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권도 부정 평가가 48%로, 긍정 평가보다 7% 포인트 높았다. 응답자들은 부정 평가 이유로 소통 미흡(16%)과 인사 잘못(14%) 등을 지목했다.

박 대통령은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임기를 3년 남겨두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29%라는 것은 국가적으로 걱정스럽다. 우리 경제는 성장을 멈춘채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은 2015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GDP 성장률을 3.4%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5%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성장률 저하와 실업률 증가가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발표 보다 0.3% 포인트 하향 조정한 3.5%로 예상했다. 남북관계도 새해 아침 북한발 정상회담 발언으로 한때 순풍이 예고됐지만 다시 살얼음판이다. 북한측은 우리 해병대의 일상적인 백령도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에 맞서 미군을 직접 겨냥한 해상 목표물 타격 훈련을 지휘했다. 한일관계는 과거사와 독도문제로 제자리 걸음이다. 한미관계도 한중관계 강화에 따라 예전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지지율 29%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으로 신구 권력갈등이 표출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전당대회를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과 대립각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결국 국민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위원 및 청와대 참모들과의 토론을 공개하고, ‘우문현답(우리 문제의 해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하며 민생현장을 자주 찾는 등 자기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이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일회성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임기 3년차 청와대의 문제가 여전히 소통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의 회전문 인사에서 확인했듯 소통은 이벤트로는 진정성을 전할 수 없다. 자신을 낮춰 국민에게 눈을 맞추며,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때 박 대통령은 비로소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출발선에 선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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