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경규가 간다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가 있었다. 새벽에 컴컴한 옥상 같은 곳에서 이경규와 몇몇 사람들이 신호등 앞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신호를 지키는 차량이 카메라에 잡히면 팡파르를 울리고 나타나 운전자와 인터뷰를 하고 양심냉장고를 선물하는 포맷의 방송이었다. 이 프로는 누가 보지 않아도 법과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캠페인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부지불식간의 사람 행동을 찍는 ‘몰래카메라’가 방송에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불과 20여년 전 이야기인데 디지털을 주제삼아 말하자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

곳곳에 폐쇄회로 텔레비전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가 설치돼 있어 선택의 여지없이 우리는 찍히며 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한 사람이 하루 평균 83회 CCTV에 노출된다고 말한다. CCTV 같이 소통을 돕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불과하던 매체가 어느 결에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 일례로 인터넷에 한번 오른 글과 영상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녹화된 동영상은 몇번이고 돌려볼 수 있게 보존 재생 편집이 되면서 좋은 곳에 나쁜 곳에 두루 사용된다. 최근 있었던 크림빵 뺑소니사건도 CCTV가 사건해결의 일등공신이었다.

책 ‘시선은 권력이다’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아질수록 ‘감시’가 자발적으로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유치원생 학대사건으로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전면 검토된다고 한다. 그것만이 능사는 아닐터인데 아이를 맡긴 부모 입장에서 그를 대치할 만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정의를 지키며 정도를 살아가는 인성교육으로 사람을 바꾸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를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매체와 더불어 사는 삶이 너무 깊이 와버려 이미 우리사회 CCTV 의존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타자의 시선을 말할 때 ‘보는 사람은 권력자이고 보이는 사람은 권력에 예속된 사람이다’라고 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요즘은 매체가 권력자인 시대다.

조미현 기획출판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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