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식

강릉원주대 교수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결정하는 지방자치의 근간은 자치조직권과 인사권의 독자성에 있다. 특히 인사권을 갖지 못하는 자치단체는 자치라고 할 수 없는 사실상 식민지배라 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치단체의 부단체장 또한 외부의 관여 없이 스스로 결정함이 정당할 것이다.

즉, 시와 군의 부시장, 부군수의 자체승진뿐 아니라 도의 부지사 또한 그러함이 그러하지 아니함보다 자치의 정신에 타당하다. 여기서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정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즉, 공무원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전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5년 현재 자치단체의 공직자는 공직시험을 통해 9급 공무원과 소수의 7급 공무원으로 충원되고 있다. 이들의 학력은 90% 이상이 대학 졸업생이고 연령은 29세 안팎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공직자는 첫 임용을 받은 자치단체에서 퇴직할 때까지 거의 30년을 한 곳에서 벗어나지 아니하고 개미 쳇바퀴 도는 공직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고착화 되어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이전을 원하지 않고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기도 하다.

30년간 하나의 자치단체에서 공직생활을 한 인사 중에서 부단체장을 선출한다면 그 자치단체는 침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근무 평점이 좋은 공직자는 보다 큰 도시로, 중앙정부로 옮겨가기도 하거나, 민원을 야기한 공직자는 벽지로 옮김으로써 자극제가 되었던 시대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한곳에 머무르면 나태하고 근무의욕이 상실되며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여 살려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관료화란 이름으로 회자되어 시민에의 서비스 정신을 상실케 된다. 고스란히 일반 시민이 그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두루 여러 곳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야 시민 배려의 정신과 태도 그리고 행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군의 부단체장의 자체승진 또는 윤번제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 이전에 공무원의 6급으로의 승진 시에는 반드시 다른 자치단체에서 근무토록 하는 자치단체 간 순환제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역으로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부단체장의 자체승진은 자치인사권이라는 지방자치의 가치의 구현이라는 허울에 가려 한 지방과 지역을 고립, 퇴보시키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둘째, 다양한 수준의 정부 근무를 통해 고위공직자는 쇄신적이며, 창의적이고 통찰력을 지닐 수 있다. 현실적 여건의 성숙도에 따라 지방자치 가치의 구현은 장기적으로 점차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 광역정부와 기초지방정부간의 1:1 인사교류 문제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자치사무는 보다 생활정치라고 한다면 광역정부의 자치사무는 하나의 자치단체를 뛰어넘는 공통적 관심사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경기장의 배치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생발전을 위해 이해의 폭과 사고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번제보다는 1:1의 인사교류가 적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승진을 할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점에서도 광역정부와 기초정부간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양 자치단체 모두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의 독점권을 분산키 위해 시민을 위한 자치의 가치를 구현하는 자치정부이기 때문이다. 예산이나 재정지원 면에서 불이익을 주려는 갑질적 행위는 느긋하면서도 대범한 강원도민의 정서에는 왠지 옹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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