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록

정치부장

강원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독 강했다. 지난 대선에서 강원도는 박 대통령에게 62%의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국 지지도보다는 10%p 높았고 대구·경북과 경남 다음으로 높은 것이었다. 19대 총선에서도 그 위력은 대단했다. 총선 지원차 원주를 방문했을 당시 “원주에 시장이 생기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접경지역의 특성을 안고 있는 보수적 정치성향, 절대적으로 늘어난 노령화세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나 외가식구들이 있던 춘천과의 인연 등등. 그렇지만 냉정하게 보면 딱 꼬집어 지지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근거나 배경, 그리고 인맥이나 역할 등 박 대통령과 직접 연결되는 고리가 거의 없다. 정치가 과학이라면 압도적 결과를 도출할 만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현상을 이름하여 ‘맹목적’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난공불락이라고 하던 40%대의 지지율을 잘 관리해왔다. 특히 남북문제와 이념문제와 같은 보수진영의 의제들에 대해서는 탁월한 솜씨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문제를 통해 중도진영까지 끌어안는 결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선 당시 한 정치평론가는 “복지분야는 야당도 박근혜 후보만큼 전문가가 아닐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중도진영으로 이동은 착시였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책적 유연성은 박 대통령 자신의 이념적인 정체성까지 바꾸지는 못했던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그를 둘러싼 보수세력의 인력(引力)이 더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이 착시였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 지지도는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현재 20%대까지 떨어졌다. 강고한 지지기반이던 대구경북에서는 지지율이 45% 대까지 하락했다며 “대구경북도 돌아섰다”고 난리가 났다. 지방이 돌아서자 수도권 완화와 같은 반지방적 정책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의 경제진흥책이 역으로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이 지탱하는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내 국회의원들도 이런 저런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인용하는 사례가 부쩍 줄었다고 한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도출신 의원들이 비박계의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몰린 것을 보면 민심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대강은 알 듯하다.

그것을 민심이반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겨울올림픽의 분산개최와 예산에 이어 평창조직위의 인사와 같은 사소한 문제까지 살갑게 다독거린다고 해서 돌아설 민심은 아닌 듯하다. 지방의 실망감은 지방의 눈에서 풀어내는 것 외에 어떤 대안이 있겠는가. 다시 한 번 지방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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