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책무가 족쇄처럼 힘겹게 느껴지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면 아마도 명절날 며느리들의 부담감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유일한 행복이다’라는 마리 퀴리 말에 비쳐보건대 고될지언정 며느리 역할은 피할 도리 없는 일이다. 사실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실천해야 사회 전통 문화가 계승 전수될 수 있음을 가늠해 볼 때 명절은 의무감으로라도 임해야 하는 날이다. 그래도 억지로 위로를 하자면 명절준비 노고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져 남자들도 자진해서 돕고 음식도 사서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며느리들의 명절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 또한 눈에 띈다.

며느리의 고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신들의 수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생색은 역심을 들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명절 며느리들의 힘든 노동을 비하해서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아내이자 며느리인 주부인데 그렇게 말할 일은 절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뭐든 과한 것에 있다. 힐링이 유행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게 힐링하고 명절 증후군이 손을 잡아 ‘아내힐링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명절 때 육체적으로 애쓰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은 아내들을 힐링하기 위하여 남편들이 여행, 명품 등을 선물한다는 내용인데 명절만 끝나면 매스컴의 보도가 이어지는 화두이다.

명절아내힐링을 보면서 남편들의 배려심에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그 마음만이 다는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피로감을 갖고 임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하는 근심 때문이다. 가뜩이나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늘면서 결혼 후 독립은커녕 양쪽집 부모들이 함께 동참해야 육아나 가사일을 해내는 요즘 세대들이니 당연한 근심이다. 명절은 아내들이 힐링을 받아야 할 만큼 버거운 일이라는 인식을 들게 하는 것보다는 명절 때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가사를 돕는 캠페인이라도 벌이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설 후에 이혼율이 증가했다는 그런 얘기도 들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살면서 번거로운 형식 따위는 생략하자는 세태이기에 명절도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기우의 마음이 든다. 함께하는 명절은 행복한 날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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