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사회부장

드디어 내가 새옷을 입게 되나 보다. 58년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앞으로 3년 후면 새옷을 입는다.

지난 1957년 처음 새 옷(본관)을 사고, 1984년에는 외투(민원실동), 1986년과 1991년에는 바지(서관 나동)와 윗도리(서관 가동)를 더 구매했지만 불어나는 몸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양말과 속옷(한국은행 강원본부관사, 보건가족협회, 춘천문화원)도 더 샀지만 역부족이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버리고 새 옷을 맞추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저금(청사신축기금)을 하고 지난 2008년에는 ‘어떤 옷이 좋을지 고르는 모임’(시청사 입지선정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때 모임에서는 “사던 가게(현 청사)에서 다시 사자”는 의견과 “유행에 맞게 새로운 가게(옛 캠프페이지)에서 사자”는 의견이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경기가 안좋다며 만류하고, 큰형님(정부)이라고 자처하는 분이 “어떤 옷이 좋을지(행정구역개편) 전반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니, 검토가 끝난 후에 새옷을 살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강권해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이때문에 몇년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더 입다 결국 옷 구매하는 것을 미룰 수 없어 이번에는 옷을 사기로 작정하고 여러 이웃들(행복도시춘천만들기위원회)에게 어떤 옷이 좋을 지 조언을 구했다.

내 옷이 낡은 것을 아는 만큼 새옷을 사겠다고 했을때 이를 반대하는 이웃들은 없을 줄 알았다. 그래서 친구들 모임(공청회)때도 사지 말라는 얘기보다 ‘이런 옷이 좋겠다’거나 ‘저런 옷이 좋겠다’라는 조언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살림도 어려운데 조금 더 입지 그러냐”, “지금 있는 옷을 고쳐서 좀 더 입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들이 나와 살짝 당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이웃들은 “옷이 너무 낡았다”며 새옷을 입을때가 됐다고 조언해줘 새옷을 입기로 결정한 것이다.

올해 어떤 원단으로 하고, 어떤 디자인(설계)으로 할지 여러 지인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게 되면 내년에 전문가들의 가봉을 거쳐 3년 뒤인 2018년에는 새옷을 입게 될 것이다.

지금 몸에 딱 맞는 옷으로 할지, 아니면 미래를 생각해 좀 넉넉하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친한 이웃들과 의논하고, 이에대한 의견을 적극 받아들일 것이다.

내가 인근에 사는 친구들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옷을 맞추려는 생각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화려한 옷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나처럼 새옷을 산다면서 너무 화려한 옷을 구매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먼 이웃에 사는 사람도 몇 년전 분수에 맞지 않는 옷을 사 입었다가 이웃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큰형님으로 자처하는 분한테 몇년동안 용돈까지 깎이는 수모를 당하는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이웃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옷을 만들 생각이다.

그래도 새옷을 맞추는데 최소 1000억원 이상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금(청사건립기금)한 액수가 절반을 조금 넘는 550억원밖에 안돼 나머지는 빚으로 해야 한다.

새 옷이 3년동안 제작되는 만큼 빚은 은행(지방재정공제회)에서 100억원 정도 빌리고 나머지는 열심히 벌어서(행정재산 매각) 마련할 계획이다.

남의 돈도 빌려서 새 옷을 사는 만큼 좀 더 실용적이고 주변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다.

새 옷 때문에 발생한 이런저런 사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지, 나까지 이웃들의 ‘잘못된 선택’을 따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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