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성

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지사장

명태가 지금은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옛날에는 많이 잡혀 매년 풍어를 이뤘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속초, 고성 지역은 물론 주문진항 어민들까지 명태 잡이로 넉넉한 생활을 했었다.

명태 잡이가 좋을 때는 방에 쌀가마니를 쌓아두고 살았고,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과 사람이 넘쳐났었다. 실제로 명태 어획량은 1981년 16만t으로 최고를 보인 뒤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며, 특히 지난 5년간은 연간 1t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명태의 유래는 옛날에 함경북도 명천(明川)지방에 태씨(太氏)라는 어부가 생선을 잡았는데 이름을 몰라 지방의 ‘명(明)’자와 어부의 성인 ‘태(太)’자를 따 ‘명태’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후기 문신인 ‘이유원’의 문집인 「임하필기」에 명태라는 기록이 있고, 1820년 ‘서유구’가 어류에 대해 저술한 「난호어목지」에는 명태어라 하여 생것을 ‘명태’, 말린 것을 ‘북어’라 한 기록이 있다.

명태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어왔던 국민 생선이다. 얼큰한 동태찌개, 매콤한 코다리찜, 시원하고 개운한 북엇국, 제사상에 꼭 오르는 담백한 동태전, 명태 알로 만드는 별미 명란젓, 위와 창자를 발효시킨 창난젓 등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명태’만큼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생선도 없다.

갓 잡아 싱싱한 것은 생태(生太), 잡아서 얼린 것은 동태(凍太), 40일간 얼려다 말렸다가를 되풀이 한 것은 황태(黃太), 60일 정도 딱딱하게 말린 것은 북어(北魚), 원양에서 잡아온 것은 원양태, 반쯤 건조시켜 4마리씩 코를 꿰어놓은 것을 ‘코다리’라고 부르고, 명태의 새끼를 ‘노가리’라 부른다. 명태에는 보통 단백질 19.7g, 지질 1.3g, 칼슘 38.0mg, 철분 0.5mg, 인 210mg, 당질 0.1mg 등과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메티오닌과 나이아신의 필수 아미노산이 높아 무와 같이 매운탕으로 조리하면 맛도 시원하고 소화도 잘 된다.

명태의 흰살에는 단백질은 많지만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칼슘, 인, 철, 무기질 등을 고루 함유하고 있다. 명태의 아가미는 멸치보다 칼슘이 많고, 곤지(수컷의 정소)는 단백질과 인이 풍부하여 뼈와 치아에도 아주 좋다. 명태의 간에서 뽑아낸 기름(간유)에는 대구보다 3배나 많은 비타민 A가 들어 있어 안질로 눈이 침침하거나 잘 안보일 때 효과를 발휘한다.



시력보호제가 없었던 시절에 눈이 침침한 사람에게 최고의 영양원이었다. 명태 알에는 비타민E인 토코페롤이 많아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명태는 시원한 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우리 국민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우리의 애환을 달래주던 생선이었다.

그런데 그 많던 명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명태가 동해를 떠난 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가장 크고, 수온상승과 함께 노가리의 무분별한 남획이 명태의 씨를 말린 원인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해양수산부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연구용 활어 명태조차 구하기 어려워 현상금까지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의 자원이 과거에 크게 줄어들었다가 지속적인 수정란 및 어린고기 방류를 통하여 되살아 난 것처럼 사라져가는 명태 자원이 다시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