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즐겨 부르는 ‘썸’이라는 노래에는 ‘내거인 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 너’라는 가사가 나온다. 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연인을 묘사하는 말인데 일반적 경우에서는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상황을 표현할 때 널리 인용되는 노랫말이다. 왠지 일년 중 1월과 2월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면 이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1월은 한 해의 시작 달이라는 의미에서는 새해인 듯한데 그러나 한해 시작을 알리는 설이 음력설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비쳐보면 음력설 전의 시간들은 아직 새해시간들이 아닌 것 같기에 드는 생각이다.

올해 같이 2월 중순 지나서 음력설이 있으면 양력설 음력설 사이가 길어지면서 새해인 듯 새해 아니게 1월 2월을 별 효과없이 보낸다. 그리고 맞이하는 3월이니 당연히 마음이 분주해진다. 우리의 잠재된 마음이 새해의 시작은 음력설 지나고부터, 그 마무리와 정산은 양력의 12월까지로 하도록 하니 일년이 마치 열달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을 보건대 3월은 진정한 의미의 출발 달이다. ‘두려움과 진정으로 맞서 싸울 때 우리는 힘과 경험과 자신감을 얻는다. 이 세상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루즈벨트의 명언을 떠올리는 달이다. 미진했던 일들을 상기하며 금년 삶의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 실천하여 삶의 깊이를 채우겠다는 결심을 곱새기는 시점이기도 하다.

미국 잡지 ‘포춘’지가 실패한 2천여명에게 실패 원인에 대해 물었더니 많은 대답이 ‘결정력 부족’이었다고 한다. 제때에 결단하지 못했고 결단했다 하더라도 실행에 우물쭈물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는 소리다. 괴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우유부단한 인간이다’라고 말한다. 학생을 비롯한 모두가 2월까지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새출발을 위한 준비와 숨고르기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도약의 시간이다. 각 달을 재치있게 묘사한 인디언들도 3월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고 묘사한다. ‘꽃을 보러 밖으로 나가지 마라. 꽃은 결국 내 마음의 정원에 가득 피어 있다’는 시구가 어떤 마음으로 3월을 시작해야 할지 또한 조언한다. 결국 내 삶의 희로애락 모두는 내 손에 달려 있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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