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영

양양 상평초교 교사
작년 1월 신입생 예비 소집일에 66세의 할머니가 학교로 찾아오셨다. 어릴 적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에 다니시지 못한 할머니께서 입학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찾은 것이다.

학교에서는 할머니의 입학을 도왔고, 2014년 3월 2일 손자같은 7명의 아이들과 함께 상평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2년차 신규교사인 나에게 41살이나 많은 할머니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할머니께서 왜 우리랑 같이 학교에 다녀요?” 라고 자주 물어왔다. 아이들 눈에는 자신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할머니가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할머니께서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에는 아이들이 할머니께서 학교에 언제 오시냐고 매일 아침마다 물어볼 정도로 할머니가 익숙해졌다.

또한 나 역시 할머니께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고 66세의 할머니가 아닌 ‘한 명의 학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할머니께서는 아이들과 함께 ‘ㄱ,ㄴ,ㄷ’부터 한글 공부를 시작하셨고 1학년이 끝나는 지금, 일기도 공책 한 가득 쓸 수 있는 실력이 되셨다. 구수한 사투리로 “아유~ 선생님 덕분에 글자도 쓰고,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아유~”하시는 말씀에 오히려 내가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어쩌면 교사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할머니의 선생님으로서 1년이 지났다.

할머니 학생과 헤어지지만 할머니의 바람대로 고등학교, 대학교도 마치고 대학원까지 진학하시는 모습을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할머니 학생이 쓰는 일기는 천진난만한 8살의 아이들과는 달리, 한 자 한 자 써내려 간 글 속에서 할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앞으로 할머니 학생의 일기 속에는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