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무형식 장르
알려진 내용 반복 지양

▲ 김홍주 시민기자

· 시인

· 전 민예총 춘천지부장

· 현 성수여고 교사

· 한국작가회의 회원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를 지내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을 다녀오면서 즐거움도 있었지만 아쉬운 것은 농촌 마을에 폐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정선 임계에도 역시 많은 폐가들이 폭설에 쌓인 채 침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녔던 60년대 말 그렇게 커 보였던 학교건물은 사라지고 크기가 절반도 안되는 작은 현대식 학교 건물이 외롭게 운동장을 바라보며 마치 옛 추억을 그리듯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돕니다.

필자가 임계국민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제 일기를 보시더니 “글을 아주 재미있게 잘 쓰네. 나중에 큰 작가가 되겠어”라고 격려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위로의 말씀이었으리라 짐작되지만 그러나 어릴 적 그 말씀 한 마디는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마치 마른 스펀지와 같아서 선생님들 말씀 한 마디조차도 물 스미듯 오래 기억하고 또 큰 힘이 됩니다.

유년의 동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운동장을 걸어 나오면서 유난히 달리기를 못하던 필자를 위해 가을 운동회 전날 밤을 꼬박 새우며 덧버선을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 손길 하며, 솔밭으로 소풍갈 때마다 찐밤을 목걸이처럼 실에 묶어 목에 걸어주시던 생각 등이 떠오릅니다.

본지에 실린 글을 감상하겠습니다.

먼저 산문부문을 살펴보면 ‘내 친구와의 우정’(강릉 율곡초4 이윤지)은 수필 형식으로 썼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와의 갈등을 심층적으로 묘사 했으며 갈등의 원인과 중간과정 그리고 결말을 진솔하게 표현 했습니다. 그리고 주제도 분명하게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필쓰기는 특별한 형식이 없습니다. 시나 소설 희곡 등은 형식이 중요하나 수필은 ‘무형식의 형식’이라고도 불릴 만큼 형식에 구애됨 없이 붓 가는대로 마음 가는 대로 써 내려가는 장르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상에 대한 새로운 창의력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느낌이나 내용을 반복하여 기술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항상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긴장해야 합니다. 한 가지 조언하자면 친구하고 싸우다가 화해한 것으로는 독자의 공감대가 떨어집니다. 때문에 새로운 착상을 위한 끝없는 노력이 절대 필요합니다.

다음은 운문부문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나들이’(강릉 율곡초3 구나연)를 살펴보면 서울여행을 통하여 공해의 심각성을 표현한 동시입니다. 더군다나 요즘 최악의 겨울황사로 인하여 그 심각성이 날로 위협적인 상황에서 이 작품은 많은 공감대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시의 상징성이 약한 점입니다. 연을 나누지 않고 연속하여 붙여 읽어도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은 시의 특징과 정형화가 미약하다는 점입니다.

좋은 시를 쓰려면, 예를 들어 ‘바다에 갔을 때 파도만 보지 말고 물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뿌연 미세 먼지만 보지 말고 왜 뿌옇게 되는지 그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원인과 관련된 새로운 이미지를 구상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동시 ‘매일 받는 선물(영월 연당초4 김미경)’에 대하여 감상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머니의 선물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입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옛 기억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초등 4학년의 심성이 엿보이는 이 동시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글쓴이의 새로운 시각이 느껴지리라 생각됩니다. 새로우면 다소 부족해도 공감하지만, 화려하더라도 진부하거나 상투적이면 외면 받는 것이 시의 세계입니다. 정진하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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