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민

춘천 소양초교 교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생활은 늘 배신을 당하는 생활의 연속이다. 다음부터는 잘하겠노라고 다짐을 하고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다. 그런 배신을 매일 매일 겪다보면 가끔은 지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언젠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할 거라는 믿음의 끈은 놓지 않는다. 까마귀 고기를 먹은 녀석들 마냥 잘하겠노라고 방금 전에 약속을 하고서도 뒤돌아서자마자 같은 잘못과 실수를 되풀이하지만 내일 혹은 한달 후 그도 아니면 일 년이나 그 이후라도 분명 성장할 것이라고 믿고있다. 아이들의 소소한 배신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첫 발령지에서 k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깨달음 때문이다.

k는 나를 무척 싫어했다. 아니, 그럴 거라 생각했다. k는 학업과 교우관계는 좋았지만 교사를 곤란하게 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었다. 꾸중을 듣게 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시종일관 불만스러운 표정과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물론 훈계를 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갈 때조차 씩씩거렸다.

하지만 그의 잘못된 태도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었음을 뒤늦게 알게됐다.

잘못한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서야 나는 k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이후에도 k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내가 인내심을 갖고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k가 6학년이 되던 해 내가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면서 더이상 k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잊힐 때쯤 대학생이 돼서 나를 찾아왔다. k는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이해하고 믿어준 고마움 때문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선생님과의 만남 이후 변화하려고 노력했고 조금씩 고칠 수 있었다는 말도 건넸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는 끊임없이 꼬맹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생활의 연속에서도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교육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닌 내가 만난 아이들이 한톨의 씨앗으로 심는 것이다. 그렇게 심어진 씨앗은 내일 바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기에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학교로 간다. 물론 오늘도 밤톨 같은 녀석들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가슴 여기저기에 새기고 퇴근하겠지만,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믿음이 상처를 다시 아물게 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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