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수

양구 방산초 교사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미생(未生)이란 바둑용어가 뇌리에 남아있다.

미생은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지만 완생(完生)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뜻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교사인 나를 되돌아 봤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항상 선생님의 말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약속한 일들은 반드시 지킨다. 그런 아이들을 볼때마다 내가 정말 잘 가르치고 있는가 반문이 들때가 있다.

항상 아이들에게 생각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지만 아이들을 그런 것들을 잘 모른다.

학교에 온 아이들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일까? 학생들은 한결같이 국어, 수학 등 교과를 배우는 것이 공부라고 대답한다.

예전보다 훨씬 일찍 교육에 노출되고, 많은 학습을 했지만 자유로운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쉬운 일도 일일이 질문하고 확인하는 자신감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는 그렇게 어렵고 성적만이 최고인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UCC교육 등 아이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은 내가 책을 탐독하기도 하고 동료 선배교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발견한 진리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지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양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닌 널린 사고방식으로 자라날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교사로서는 아직 미생(未生)이지만, 생각을 깨치는 아이들 모습에서 완생(完生)의 길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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