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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세우는 바람 속에서의 생각

최종국 2015년 03월 20일 금요일
   
▲ 최종국

강원도교육청 교육국장

교직생활 38년을 영동에서 보내다 올해는 새학기를 춘천에서 시작했다. 같은 강원도이지만 역시 춘천은 춥다. 며칠새 꽃샘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그러나 마냥 움츠러들지만은 않았다. 봄바람은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면서, 신영복 선생의 적확한 지적처럼 저 바람은 꽃을 세우는 바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가지를 흔들어 뿌리를 깨우는 바람, 긴 겨울잠에 빠진 뿌리를 깨워 물을 길어올리는 바람, 무성한 잎새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숨결, 이것이 봄바람이리라.

아직은 찬 아침바람을 맞으며 아이들이 학교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아이들에게 왜 학교에 왔느냐고 물어보면 공부하러 왔다고 대답한다. 선생님들께 아이들이 뭐하다 갔느냐고 물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갔다고 답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 공부하러 왔다가 공부를 ‘당하고’ 가기 일쑤다.

2500여 년 전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을 말할 때도 공부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공부가 그만큼 중요하고 재미있으면서 유익하기 때문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게 측정되고 있다. 왜일까?

신교육 100년은 아이들의 배움보다 교사의 가르침을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아이들의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주느라 아이들의 배움에 신경 쓰지 못했고, 나아가 스스로 익힐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문제의 정답을 고르는 입시 위주 교육이 그것이다. 입시 중심의 주입식·암기식 교육은 학생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조용히 앉아 듣고 필기하고 암기하면 된다.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이런 교육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선생님이 자리에 앉으라 하면 앉고, 조용히 하라 하면 조용히 하고, 기다리라 하면 마냥 기다린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 줄도 모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모를 뿐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는 생각도 없는 피동적인 아이들로 길러진 것이다.

루소(Rousseau,J.J.)는 인간의 자발자전(自發自展)을 위한 모든 조성 작용을 교육이라고 봤다. 개인의 발전은 자율적인 것이어서 교육은 다만 이 자율적인 길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했다. 교육을 아이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발견하고 체험하면서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은 기다려줄 줄 모르는 어른들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했고, 학교에서도 질문에 대답할 동안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말을 많이 하게 하고, 많이 쓰게 하고, 서로서로 배우게 하는 학습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토론학습, 협력학습, 프로젝트학습 등이 좋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학습하고 친구들과 더불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배려, 존중의 가치관 정립과 이해, 양보의 인성 함양은 물론,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수업모형이기 때문이다.

몬테소리(Montessori, M.)는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부의 미래’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젊은이들은 언제나 스스로 배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지혜라는 걸 강원교육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봄바람 같은 강원교육으로 우리 강원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과 끼를 무성한 이파리로, 형형색색의 꽃으로 활짝 피우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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