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상임이사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지난해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지역문화진흥계획을 제정하게 된다. 올해 1차 계획안이 마련되어 지역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여 지역을 순회하며 포럼을 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원주에서 열린 포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강원권역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문화재단 관계자 등이 대거 참여하여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지역에서 실제로 절박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구체적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이 포럼에 참여했던 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지만 지역문화를 화두로 생각은 더 많아졌다.

새로운 법과 계획으로 지역문화가 도약을 할 수 있을까? 중앙정부의 계획에 지방정부는 얼마나 능동적인 발맞춤을 할 수 있을까? 또 이런 제도를 만드는 틀 속에 있지 않은 민간단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요즘의 지역문화는 사람들을 무척 헷갈리게 한다. 문화가 예술가 중심에서 일상으로 확장되고 공모사업은 쏟아지는데 막상 지역문화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의욕적으로 창작을 해봤지만 후속 지원 없이는 자생적으로 그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연출가, 생활고와 작가로서의 미래에 대한 암담함으로 자살한 미술가, 공모사업은 넘쳐나는데 막상 누가 그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성격의 문화사업들….

이런 현상에서 무얼 지역문화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나의 사고 수준으로는 단정하기가 어렵다.

문화의 개념과 그것을 다루는 정책의 폭이 넓어졌고 각 영역에서 문화적 관점을 담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 창조지역사업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많은 지역사업들이 문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현실을 속 깊이 뒤집어보면 이런 것을 수용할 만한 문화자원이 충분하지 못하다. 사실 자원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키워낼 제도가 취약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 더 적합하다. 예술자원에서부터 생활문화자원까지 폭넓게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담아내는 정책이 필요한데 파편화되어 떠다니는 프로젝트만 난무하고 그 틈에서 설익은 기획자가 양산되고 지역예술가들은 그런 흐름에 깊은 소외감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지역문화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지역자원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지만 강원지역의 문화정책은 그것을 적절히 수용하고 키워내는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지역문화재단의 앞다툰 설립이 새로운 흐름이지만 재단의 업무구조는 지나치게 행정적이어서 때로는 예술가들이나 문화기획자들을 구속하는 틀이 되곤 한다.

새롭게 수립되는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은 각 지역들이 발맞추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방향등이다. 그 불빛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갈지, 뛰어갈지, 아니면 그 불빛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갈지는 순전히 지역의 몫이 될 것이다.

결국 이 시점에 지역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지역문화정책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던져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지역 나름의 관점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을 누가 할 것인가? 어떻게 추동할 것인가? 작은 날갯짓으로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낼 나비는 어디 있을까?

유현옥
■ 약력=△전 강원도민일보 부국장 △문화커뮤니티 금토 상임이사 △대통력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강원문화재단 이사 △언론학 박사 △저서 ‘춘천마임축제 리포트-도깨비 되어볼까’ ‘춘천의 근대 거리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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