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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박] 소리 없는 소리

묘근 2015년 03월 31일 화요일
   
▲ 묘근 스님

속초시노인복지관장

나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산이 좋아 산에 온지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그 느낌처럼, 아직도 온몸으로 무상의 기운은 나를 감싸 안은 채 떠나지 않는다.

얼마 전, 책상 깊숙이 꼿힌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와 보았다. 빛바랜 20년이 지난 책이었다.

짧은 단락 단락들이 나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 중 한 단락이 너무도 나의 뇌리에 맴돌아 다시 되새겨본다.

‘서암 스님이 봉화 토굴 마당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한가롭게 앉아 계셨다.

서울에서 온 신도분이 스님께 여쭈었다.

“스님, 좋은 법문 좀 해 주십시오.”

“좋은 법문이 따로 있나? 소리 있는 소리만 들으려 하지 말고, 소리 없는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봐라. 새들도 이야기하고, 바람도 이야기하고, 산도 꽃들도 이야기 한다….” ’

사회성이 없는 나에게 요즘 와서 사회성을 배운지 8년이 지난 지금,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요즘 연초부터 불거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하였다. 이번 사건은 아동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폭력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편 사회가 고령화로 진입할수록 노인학대 및 폭력의 발생 비율이 증가하며, 그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끊임없는 사회적 문제는 집권당의 정책노선에 따라 살인과 자살 같은 ‘폭력치사’ 비율이 달라지는 정신의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회정책의 실패가 사회적 폭력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일찍이 마하트마 간디는 “빈곤은 최악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민중 속에서 그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한 간디이기에 빈곤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른바 절대적 빈곤은 많이 사라졌을지 모르나, 나날이 심화되는 사회적 양극화 속에서 새로운 빈곤들이 ‘사회적 배제’의 모습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고 모든 시민들을 위한 회적 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폭력 없는 사회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일 것이다.



사회적 통합, 모두가 원하는 것이지만 조율되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가 끊어지지 않는 사회, 뉴스거리가 넘쳐나는 사회, 종교인으로서 복지를 하고 있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하고 자신에게 반문 해 본다.

어른스님 말씀처럼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그 소리들이 곧 시시비비(是是非非)가 끊어진 자연의 소리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하루일과 중 한번쯤 파란하늘을 우러러보고 손으로 바람을 느끼며, 귀로는 봄이 오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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