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시대는 뭔가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타인의 인정이 갈급해 안달 난 시대이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먹기 전 사진 찍어 올리고 멋 있는 풍광도 즐기기 보다는 SNS에 나르는 것이 먼저다. 글과 사진을 공개한 뒤에는 타인의 평가 ‘좋아요’의 숫자와 댓글이 궁금해 자신의 SNS계정을 부단히 드나 들어야한다. 책 ‘잃어 버린 자아의 발견과 치유’는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참자아가 아니고 거짓자아라 규정한다. 남의 시선을 끄는 과시에 몰입하는 우리들은 결국 ‘거짓자아’를 위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칭 조슈아 벨의 거리악사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공연티켓은 한 장에 수 백 달러를 호가함에도 불구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07년 1월 조슈아 벨은 야구모자를 쓴 거리 악사 차림으로 워싱턴시의 한 지하철역에서 아침 7시경 약 30억 원짜리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40여 분 간 연주했다. 그 시간에 천 여 명 이상이 지나갔는데 잠시 서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7명에 불과했고 돈을 놓고 간 사람은 27명으로 수입은 총 32달러17센트였다. 이 실험을 하기 이틀 전 보스턴에서 열린 그의 연주회는 전석 매진이었다.

결국 이 실험은 사람들이 연주회에 가는 것은 음악 보다는 연주자와 연주 장소의 네임브랜드 가치에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임을 증명한다. 문화 예술계의 저자나 연주가들의 유명도가 명품처럼 브랜드가치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공연이 비쌀수록 인기 있는 이유이다. 특정 상품을 사면 그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어 보이는 집단에 속한 것 같은 환상을 주는 현상을 ‘파노폴리효과(panoplie effect)’라 말한다. 명품 백을 사는 것도 유명인의 연주회를 가는 것도 결국은 자기가 이런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사회계층임을 보여주려는 과시 즉 파노폴리효과에 있다. 거짓자아가 충만한 작금의 세태와 잘 어울리는 효과이다.

최근 샤넬백이 한국에서 가격을 내렸다. 나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명품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명품선호는 사회 문화를 통 털어 한동안 지속될 트랜드이기 때문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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