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뜨자 마자부터 선택의 연속인 것이 우리네 삶이다. 혹여 우리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버려지는 것 중에 정말 가치로운 것이 있으면 안되겠기에 우리는 모든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일 때 작가 스티븐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고 말한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으려면 자기중심적 사고인 편협함에서 벗어나 동일한 사물의 이쪽도 저쪽도 편견없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장자는 이렇게 사물을 통째로 보는 것은 하늘의 빛에 비추어보는 것이라 하여 조지어천(照之於天)이라 일컫는다. 이는 판단을 할 때 상대적인 것을 따르지 않고 하늘 즉 도의 입장을 헤아려보면서 ‘참된 옳음’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 역학과학센터의 올손박사가 18세 미만 자녀가 사망한 부모 2만 여명과 자식을 잃어보지 않은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녀가 죽은 후 18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그런 경험이 없는 부모보다 약 40%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자녀가 폭력이나 사고로 급사한 경우 부모의 사망 위험이 훨씬 높았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위협해 병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는 것이다. 신경외과 남정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자 상실로 인한 스트레스가 80이라면 자식의 죽음에 따른 스트레스는 100에 가깝다고 말한다. 자식을 앞서 보낸 어버이의 고통은 밝음(明)을 잃어(喪) 천지가 캄캄한 고통 즉 ‘상명지통(喪明之痛)’으로 표현되는데 그것의 실제 예는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로 그는 자식이 죽은 후 실제 시력까지 상실했다 전해진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발 일주년이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세월호사건은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대전제로 풀어나가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선체인양을 고려해 보겠다는 박 대통령의 제안이 그동안의 갈등을 풀어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냉철한 이성으로는 동일한 사물의 이쪽이 모두 옳다하더라도 천륜을 졸지에 그것도 눈 앞에서 떠나 보낸 부모의 마음이 저쪽 끝에 있다면 저쪽부터 보듬는 것이 상식이자 인륜이다. 자식이 숨졌다는 것은 삶의 뿌리를 흔드는 영원할 고통이기 때문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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