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내내 백 뮤직인 재즈 선율이 너무 근사해서 음악영화인 것 같기도 한데 내용은 교육영화에 가깝다. 노래에 빠지게 하다가도 가끔 섬뜩한 장면들이 집중도와 영상미를 높힌다. 최근 인기있는 영화 ‘위플래쉬 (whiplash)’이야기이다. 채찍질이라는 뜻의 위플래쉬는 영화제목이기도 하고 영화 내내 자주 연주되는 곡목이기도 한 것을 보아 이 영화의 주제는 주마가편 (走馬加鞭)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주마가편은 더욱 잘하도록 격려하는 의미이지만 영화는 그렇게 교육적이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가해지는 채찍질이 광기에 가까워 불편하고 가슴 아프다.

최고이기를 꿈꾸는 음대생 드러머 앤드루와 그를 최고의 드러머로 만들겠다는 교수 플래처 간의 숨막히는 대결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물론 동기부여라는 명분이지만 플래처는 폭언과 상처를 주는 말 심지어는 폭력을 앤드루에게 일삼는다. 또한 앤드루의 연주가 마음에 안들면 그를 내려오게하고 즉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연주자를 그의 자리에 앉힐 정도로 잔인하다.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악마교수 플래처, 일류가 되겠다는 강한 집념에 손가락 마디마디 피를 흘릴 정도의 연습을 거듭하는 앤드루. 둘의 지나친 집착과 각성이 이 영화 섬뜩함의 요체이다. 예술은 저렇게 과도의 열정과 몰입을 해야하는 것이기에 정상적인 영혼을 상실하는 것 조차 당연하다고 봐야하는지가 의문이지만 평가는 개별 관객 몫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혹여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이 영화의 가치에 박수보낼지 모르지만 이는 조심스런 일이다. 제자를 성공리 키워냈지만 플래처는 참의미의 스승이 될 수 없다. 앤드루에게 남은 상흔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교육목적이 그럴 듯해도 잘못된 교육방법이 트라우마를 남기는 부정적결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바람직한 정신상태를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실현했을 때 만이 진정한 교육이 실천된다. 성취만능주의에 집중해 있는 한 다른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교훈을 갖게하는 영화, 작은 예술 영화지만 수작(秀作)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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