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선모

춘천 우석초교 교사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라는 말을 종종 한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하나 하나 써보라는 말에 아이들은 막막하다고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러면 눈을 감고 지나온 일들을 하나둘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도 안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상 깊었던 일들을 적어보라고 말하면 마지못해 몇자 적어낸다. 한쪽도 못 채운 아이들의 글을 받아 읽으면서 나는 거기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아이들이 쓴 글은 대부분 좋은 기억들이 없이 좋지 못했던 기억들을 글로 써낸다.

‘친구와 싸웠던 일’, ‘시험을 못봐 부모님에게 혼났던 일’,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일’ 등이다.

아이들의 추억을 끄집어 내기 위해 쓰라고 말한 글들이 아이들이 반성문이 돼 버린 것이다.

나는 그럼 아이들에게 착한 일을 하거나 좋은 일을 한 것을 써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그때서야 어려운 친구를 도운일, 싸운 친구들을 화해 시켜준 일 등 좋았던 기억을 하나둘씩 써내려간다.

이런 상황이 올때면 나는 아이들이 어째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반성부터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직 무엇이 정말 잘못한 것인지도 잘 모르는 나이에 마치 범죄자인 양 잘못했던 일을 써내려가는 지 말이다.

글쓰기를 고문이나 벌로 여기는 아이들에게 자기의 학교생활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게 하는 것도 그런 벌책의 하나로 발아들여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성을 무조건 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삶에 자만하지 않고 비판적 관점을 취하는 것은 자기 절제와 겸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세기 때문이다.

논어에도 ‘하루 세 번 반성한다’는 말처럼 아이들이 대뜸 잘못한 기억부터 되살려내는 것은 마냥 비난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잘못보다는 잘한 일부터 먼저 기억해내는 당당함을 갖게 지도하는 것이 나의 몫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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