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귀농귀촌종합센터장

농사철이다. 이때가 되면 젊은시절 농일하던 생각이 난다. 새마을운동이 한창 일던 1970~80년에 전국적으로 4-H클럽이 활기를 띤 적이 있다. 필자도 4-H클럽 회장으로 ‘좋은 것을 더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는 슬로건 하에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던 때가 떠 오른다.

그런데 30~40년이 흐른 요즘 4-H클럽 조직이 없는 데가 많다고 한다. 20∼34세라야 나이자격이 되는 젊은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 강원도 인제군의 한 농촌에서는 마을청장년회장의 나이가 65세라고 한다. 머지않아 노인회장을 해야 할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청년 부재로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두 사례는 농촌이 고령화·공동화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로 저가의 외국산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농촌은 점점 더 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발표한 ‘귀농귀촌인 통계’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귀농귀촌은 4만4682가구로 전년 3만2424가구 대비 무려 40%나 늘어났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5만명을 넘어 6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귀촌인구의 폭증이다. 13년 2만1501명이던 것이 지난해 3만3400명으로 무려 56%나 늘어났다. 귀농인구가 1만1240가구로 전년 증가율(2.9%)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차이다.

귀촌인 중에는 그동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55년-53년생)가 인생2모작 설계차원의 낙향이 주류였는데 이젠 20대나 30대의 젊은 층이 점증하고 있다. 30대 이하 젊은 층의 귀촌인은 수백명 수준이던 것이 지난해 6546명으로 귀촌인 전체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감소나 답보상태인 40대~70대층과는 대조적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중심으로 인구유입이 늘던 것이 제주 전남 전북 등에서 증가세가 뚜렷해졌다. 특히 전북 고창 경북 상주 등 일부 거점 지역을 중심지로 해서 인근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자체들이 주택신축 및 수리비 이사비용 등을 지급하는 도시민유치 정책이 효과를 보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이 거점별 도시민 증가는 유럽처럼 지역의 매력도에 따라 거주지를 선택하는 풋보팅(foot voting) 현상이 도래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풋보팅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 같은 데서는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 경제교육정책에 맞는 주(州)로 이주하게 되면서 세력화 되는 현상이다. 흑인들이 인종차별금지법이 강한 곳으로 몰려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이 귀농귀촌 인구 증가는 농촌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모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따라 귀농·귀촌을 탐색하는 도시민들에게 거주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 지원 대상을 순수한 귀농중심에서 농촌에 취업했거나 봉사활동을 하려는 귀촌인까지로 확대한다. 귀농인의 집은 원래 예비귀농인들이 하루당 실비 1,2만원을 내고 몇 달간 농촌생활을 체험시키기 위해 지자체들이 확보해 둔 농가다.

정부는 또 귀농·귀촌인의 조합 설립요건 인원을 종전 20명에서 5명으로 완화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러닝 시스템 확충, 거점 우수 중학교 육성, 주말 돌봄방, 분만 취약지 산부인과 지원 등 젊은 층도 살기 편한 교육·문화 여건을 조성한다. 아울러 젊은 귀농·귀촌가구가 기존 마을주민과 세대간·지역간 융합 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형성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하는 등 지속적으로 농촌인구 유입 장려 정책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아쉬운 점은 수도권에서 매우 가까운 강원권이 물맑고 공기 좋은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농촌인구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귀농귀촌서울사무소까지 설치해 인구유치 캠페인을 벌이는 전북 경북 충북 등에 비하면 매우 소극적이다. 홍천 양양 화천 등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는 나름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좀더 강력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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