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창

제자감리교회 목사

춘천연탄은행 대표

요즘 연탄 봉사 할 때 겨울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아 어르신들과 이것저것 삶의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어르신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과거에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한 분인지,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닌 분이지 알게 되어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대학에서 무용 전공한 분도 있고, 11명 자녀를 낳고 키운 분도 있고, 교장 선생님을 하신 분도 있고, 사업을 크게 하신 분도 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 분도 있다. 모두 한 결 같이 가족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분들이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과 사람을 잘못 만나 실패하고, 병들고, 빼앗기고 잃어버려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풀꽃처럼 무심하게 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이 참 귀하고 소중하다. 세상에 예쁘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

지난 달 시골로 연탄봉사를 나갔다가 우연히 작은 풀숲에 수수알 만 한 노란 꽃 여러 송이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있는데 모래와 자갈 속에서 피어난 이 풀꽃들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궁금해졌다. 하늘, 햇빛, 바람, 흙…. 우리와 똑같이 하늘을 먹고, 땅을 먹고 산다. 풀꽃이 사는 곳은 환경 좋은 곳도 있지만 시멘트, 모래, 자갈이 널려있는 척박한 곳도 많다. 그곳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환경이 어렵다고, 외롭고 힘들다고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추운 겨울 다 이겨낸 풀꽃들이 참 대견스럽다.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풀꽃이다. 바라보는 이가 없어 더 쓸쓸한 꽃이다. 하지만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뿌리가 있고, 이름 모를 들풀에도 꽃대와 꽃술이 있다. 아무리 작아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생명인 것이다. 이름 모를 풀꽃도 이름을 알고 나면 가까운 이웃이 된다. 색깔을 기억하면 더 가까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마음속에 그릴 수 있으면 비밀을 나눈 사랑스러운 연인이 된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생명, 풀꽃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고 자세히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의 눈물이 무엇인지,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공감하고 그들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이란 시처럼 사랑은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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