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가 20여일 남았을 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좋은 대통령 시리즈’ 신문광고를 실었다. 주요 일간지 1면 하단광고였는데 정작 본인사진은 하나도 없이 경쟁자 이명박 대선후보의 얼굴을 담은 광고였다. 중앙에는 이 후보 얼굴에 동료의원이 연탄가루를 발라주고 있는 사진, 좌측에는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 하나는 자신 있다’는 문구, 우측에는 ‘키울 때는 위장전입! 키워서는 위장취업!’귀절이 있었다. 이는 상대의 결격사유만을 강조한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로 당시 비난과 논란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딱히 그 원인만은 아니었겠지만 네거티브에 열중했던 정동영 후보는 낙선했다.

동일인의 긍정적 정보와 부정적 정보 두개가 동시에 퍼져 나가면 사람들은 무엇을 더 잘 기억할까? 물론 부정적 정보이다. 부정적인 특성들이 긍정적인 특성보다 인상형성에 더 크게 기여한다는 ‘부정성 효과’ 때문에 열세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만회하고자할 때는 주로 네거티브 공략법에 집중한다. 눈에 확 들어오는 효과가 있으니 어떤 경쟁구조에서도 상대 죽이기 전술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메랑이 되어서 자신에게 해가 돌아가는 경우도 야기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정보를 ‘그렇더라’고 소문내면 그 정보는 빠르게 뻗어나간다, 소통의 수단이 SNS 인터넷 등 발달된 매체임을 감안할 때 말이 퍼져 나가는 속도는 가늠조차 안 된다. 왜곡된 정보 파급이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데 정작 네거티브를 행한 장본인들은 사실이 아니면 그저 ‘아님말고’로 일관하니 이보다 무책임한 일은 없다. 최근 그런 ‘아님말고’가 된 서리를 맞았다. 경쟁후보 고승덕 씨의 국적이 미국임을 주장한 조희연 교육감에게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법원이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이 100만 원 이상이면 교육감직 상실이니 선고에 당황한 조교육감이 헌법소원까지 고려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경전 숫타니파타는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오는데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해서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고 한다. 네거티브 전략에 자승자박할 사람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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