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홍

강원도의원

얼마 전 강원화폐를 발행하려고 하는 이유를 질의했더니 ‘도내 지역자금의 타 지역 유출로 인한 지역 내 통화부족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어 이를 막아보고자 강원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이 서면으로 도착했다. 지역에서 돌아야할 돈이 역외 유출되어 도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만들어 일부의 역외유출을 막아보겠다고 하니 얼핏 들으면 일견 일리가 있기도 하고 그 취지 하나만 두고 보면 박수를 치면서 응원해 드리고 싶다.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강원도의 GRDP(지역내총생산)는 31조 4000억원에 달한다. 동년도 GRNI(지역총소득)은 27조 2000억원이다. 소득의 역외유출은 일반적으로 GRDP와 GRNI의 차이로 측정한다. 즉, 지역 내 생산과 지역 내 분배의 괴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도는 31조 4000억원과 27조 2000억원으로 한해 약 4조 2000억원이 역외 유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4년간 준비에만 약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화폐를 발행하려 하는 것이다. 서면답변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여기저기서 연구된 글들을 찾아봤다. 그 글들 중 이수연 연구원이 쓴 지역화폐와 지역경제 발전이란 글에서 ‘세계 곳곳에서 지역화폐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화폐와 경제 활성화 간의 인과관계를 보여줄 만한 실증연구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다시 말하면 이론적으로 설명은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존재하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역화폐가 이론이 가진 본연 그대로의 수준까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나 이를 완벽히 충족시키기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첫째로 철물점에서 나사 하나를 사거나 좌판장사를 하시는 할머님께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불편해서 강원화폐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면 장롱 속 어딘가에 쌓이거나 다시 원화로 환전될 사장된 돈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 이자가 붙지 않는 화폐이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금융기관 등에 묶여있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집부터 사고보자는 경제관이 있어 강원화폐로 돈을 받아도 다시 원화로 환전해 금융기관에 저금할 확률이 크다. 때문에 어차피 중앙금융기관으로의 역외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외지로 빠져나가는 돈이 없어야 한다. 이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인데 지역화폐발행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외지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들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 기업 창출로 달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화폐로 100% 자동차 값을 지불해도 이는 곧바로 원화로 환전되어 본사로 대부분이 돈이 유출된다. 과자 하나를 사도, 껌 하나를 사도 구매행위에만 강원화폐가 쓰이지 거의 대부분이 원화로 환전되어 외지로 나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동차 공장과 과자공장, 껌 공장이 강원도에 있다면 전 품목 구매행위가 강원화폐가 아닌 원화로 이루어져도 역외유출은 0원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 글들을 읽어봐도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내 기업의 참여와 외부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들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 기업 창출을 중시하고 있다. 간디가 주장한 스와라지 스와데시처럼 모든 소비를 지역 내 생산물로만 하고 살아도 괜찮은 100년 전 농경국가가 아닌 이상 새로운 강원도 기업 창출 전 역외유출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이다. 원화로 수입품을 산다고 해서 돈의 해외유출을 막을 수 없듯 강원화폐로 외지품들을 산다고 해서 역외유출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된 지역화폐의 한 해 유통액이 3억원 내외인데 한해 3억원을 유통시키자고 최소 준비 비용으로 50억원이 드는 강원화폐 발행을 굳이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다시 한 번 사업추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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