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상임이사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강원도의 슬로건은 ‘소득 두 배 행복 두 배-하나 되는 강원도’이다. 매일 도청을 지나 출퇴근 하는 나는 청사에 붙은 이 슬로건을 보면서 때때로 불편함을 느낀다.

‘내 소득이 지금보다 두 배가 되면 행복할까? 어떻게 해야 소득을 두 배로 올릴 수 있을까? 현재 나로서는 소득을 두 배로 늘리는 일이 불가능 하지. 그래, 나는 불행 하구나….’

생각이 이렇게 확장될 즈음, 나는 행복한 상태가 아니다. 사실 경제적 안정이 행복감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회 구조의 불합리로 인한 답답함이나 일상에서 부대끼는 감정의 충돌 같은 것들이 쌓여 있으면 불행감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소득=행복’으로 연상시키는 슬로건에 시비를 걸고 싶어지는 것이다.

올해 어찌하다 행복한강원도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위원회라는 게 통상 큰 역할이 없지만 이 행복위원회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더 모호하다. 이런 고민이 있던 터에 지난 4월 17~18일 평창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높은 출석률을 보인 가운데 정책과제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논의 시간은 부족했고 방향성이나 제안도 미약했지만 위원들이 모여 토론회를 한다는 자체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내가 받은 화두, ‘행복’에 대해 곱씹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정보와 지식수준의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과 이런 관점에서 이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무언지 조금 더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 종종 행복지수가 화제가 되곤 한다. 최근에는 유엔의 행복도 조사 결과가 언론에 일제히 보도돼 가장 행복한 국가는 스위스이고 우리나라는 47위로 2013년 조사보다 6단계 하락했다고 하니 조금 더 불행해진 느낌이다. 유엔 산하 기구인 ‘지속 가능한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는 각국의 국민들이 국내총생산(GDP)과 건강수명, 부패, 자유 등을 고려해 0~10점까지 점수로 행복도를 평가한다고 한다.

이것 말고도 행복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개개인의 행복감을 보다 실증적으로 대변해주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으나 부탄의 국민행복지수(GNH)와 이를 실천하는 정책을 눈여겨보게 된다. 국가의 정책방향을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한 합리적 지표들을 도출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 정책에서 너무 추상적으로 범람하는 우리 현실과 대조적이다. 광역 자치단체인 강원도뿐만 아니라 기초 자치단체들도 행복위원회를 만들고 각종 정책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바쁘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을 단번에 바꿀만한 비결은 많지 않음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메가 이벤트, 외부 자본을 끌어들인 대규모 경제정책 등 수없이 꿈꾸어온 정책들은 이제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구조가 무한 성장을 지속할 수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역은 더 더욱 발전정책에서 소외되어왔고 발전된 대도시 모방에만 급급하다.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행복, 작지만 따뜻하고 사람들을 보살피는 정책, 이런 것으로 강원도민만이 누리는 독특한 행복감은 없을까? 강원도만의 행복지표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는 정책은 불가능한 것인가?

요즘 나는 그렇게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사회 전반이 냄새나고 어둡다. 답답해서 어떨 때 내가 행복한가를 점검해보곤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서 강원도라는 지리적 환경, 그 안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로 인해 행복한 일이 있는지 그것도 점검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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