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석

춘천봄내병원장

어떤 분이 ‘멍때리기 하면 뇌에 도움이 된다면서요?’하고 물어왔다.

얼마 전 까지도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것들이 주류였다.

운동, 배우기, 만들기, 여행, 자연 접하기, 모임 등등 평소 안하던 것들을 새롭게 해보라는 ‘더하기’식 권유나 제안들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주로 ‘빼기’들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시간 흘려보내기’, ‘멍 때리기’, ‘모니터 안보기’,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 갖기’, ‘템플 스테이’ 같은 더 채우기 보다는 빼기, 적극 참여 보다는 ‘벗어나 있기’ 들이다.

뇌는 단조로운 자극에 금방 반응이 시들해지고,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신선하고 기분을 업시켜 주는 자극들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 경쟁적이어서 치열 고단하고 에너지 소모적인 면이 많아서 뇌라는 엔진은 늘 과열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운전을 중단하고 공회전도 멈추고 제대로 쉬게 해줌으로써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자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뇌를 쉬게 할 것인가? 멍때리기를 하면 뇌가 쉬게 되는걸까? 뇌는 심장처럼 태어나 죽을 때까지 쉬지 않는다. 심장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뇌도 멈출 수 없고 다만 엔진의 분당 회전수가 낮아지듯 느려지게 할 뿐이다. 뇌가 느려지게 하려면 대뇌에서도 맨 겉인 피질의 활동을 덜하게 해야 한다. 피질의 활동 자체를 느려지게만 할 수는 없고, 평소 활발하지 않은 부위의 활동을 깨우면 대뇌피질의 활동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뇌는 주요 역할에 따라 후뇌 중뇌 전뇌로 나뉘며, 후뇌는 ‘파충류의 뇌’(호흡, 심장박동, 혈압과 체온 유지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 중뇌는 ‘포유류의 뇌’(감정, 호르몬, 기억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 전뇌는 ‘영장류의 뇌’(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판단, 저장하는 학습과 기억을 담당), ‘이성의 뇌’ 이다.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뇌의 대뇌피질이 정보 범람으로 과열되므로 식혀주려면 대뇌피질과 무관한 부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좋다는 말에 기를 쓰고 하다 보니 대뇌피질이 오히려 과열되는 결과가 오는 것 같은 넌센스는 피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일상에서 뇌가 주로 받아들이는 자극이 시각 정보가 1등, 청각 정보가 2등이므로 시각 청각 쪽은 쉬게 하고 대신 그 이외 감각인 후각, 미각, 촉각을 자극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좋은 내음에 취해보는 것, 맛난 음식을 먹는 것, 마사지나 피부 접촉도 대뇌피질을 쉬게 해준다. 현실을 벗어난, 마치 여행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면 음악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템플스테이나 참선, 명상은 대뇌피질을 안정시키고 뇌의 다른 부위를 활성화 시키는 효과 때문에 대표적인 빼기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뜨고 있다.



하지만 우리네 고달픈 인생살이에서 좋은 것들을 찾아 하지 못하기 십상이니 차라리 명백히 도움되지 않는 것들만이라도 피하고 볼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대도 불과 십년전 생활 패턴과 비교하면 스마트폰에 빼앗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전자파가 아니더라도 뇌는 시각 정보 처리하느라 몹시 피로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국적으로 수면제 남용을 걱정할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게임 화면에 몰두할 때의 뇌는 시각 중추와 판단 중추인 대뇌피질 전두엽 두 부위만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독서와 예술에 심취한 뇌는 전체가 골고루 활성화 된다. 돈 들이고 부대끼며 멀리 여행이나 체험 캠프 가지 않아도, 뇌를 여행 보내면 된다. 스마트폰은 꺼 놓고 여행간 듯 느껴지게 해주는 음악을 들으며, 현재의 현실로부터 이동시켜주는 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면 뇌 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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