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향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 사회의 정치적 무관심의 확산은 정치라는 것을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거나 ‘그들만의 리그’라고 외면해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마치 정치가 나, 개인과 무관한 것이고, 괜히 신경써봤자 두통만 생긴다고, 관심가질 필요도,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까지 만든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정치부패 사건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며 도저히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나 살기도 바쁜데, 정치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바로 내가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지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 정치가 바로 우리가 낸 세금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금을 지불하고,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국방비를 지출하고, 복지제도를 작동하게 만드는 등등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든 많은 일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무관심해도 되는 일일까.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우리가 낸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고 집행하고 뒷수습을 하고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자는 ‘상징’이 아니다. 이미지일 수 없다.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해야 하고 결정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이 임금을 주고 일정기간 그 일을 하라고 맡겼기 때문이다. 그런 공직자를 무심하게 바라보거나 ‘누가 되든 마찬가지다’라는 생각은 아무나에게 나를 맡기는 일이다.

누가 되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는 변화가 일어나도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게 된다. 내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내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자식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무심한 채로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정치를 외면하는 것이 마치 평화롭게 사는 길이라는 인식이 지배한다. 주기적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개장되면, 언론에 많이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라고 표를 주고, 심지어 선거무용론에 빠지게 되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요즘 선거는 조직이 잘 움직이거나, 조직을 잘 움직이도록 만드는 자원이 있거나, 인지도가 높은 측이 이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아직 조직의 역량도, 자원도 부족하고,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어주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눈에 띨 수가 없다. 결국 변화는 일어날 수 없고, 기존 질서의 유지, 즉 기존 집권세력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무관심은 단적으로 선거를 통해 표면화된다. 지난 4월 29일 4명의 국회의원과 8명의 지방의원을 새로 충원했다. 최종 투표율 32.6%. 2000년 이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평균투표율 34.2%. 대형 정치부패사건이 대서특필되고,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막 지난 때였다.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하라는 유권자들의 경고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명 중 거의 7명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적 부패사건이 오히려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인이라면 외면하고 싶은 심정을 부추겨 누가 되든 상관하고 싶지 않은 정서를 퍼트린 것은 아닌가. 올해만 지나면 다시 이른바 선거정국을 ‘지켜보게’될 것이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선거무용론을 고수하는 유권자의 마음이 풀리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뽑은 공직자들이 우리가 낸 세금으로 조성된 사회적 자원 배분과 관련된 결정을 하고 집행을 하는 현실을 모른척할 수 없다.

정치적 무관심이 정치무용론 때문인지, 정치혐오증 때문인지, 정치무가치론 때문인지 밝혀 보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극복방안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정치적 무관심의 결말은 이 사회의 질서와 배분이 ‘관심자’들의 의지와 손에 의해서 결정되고, 결국 그 비용은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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