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주

춘천 서상초교 교사

신규 교사 때의 사진첩을 펼쳐본다. 아이들이 웃고 있다.

물론 어색하게 뒤로 숨어버려 머리카락만 나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때 아이들은 요즘처럼 얼짱 각도를 취하거나 손으로 얼굴을 다 가려버리는 센스없이도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어색하게 웃으며 학생인 듯, 교사인 듯 나도 서있다.

신규교사로 첫 담임을 맡았던 경험은 정신없고 힘들었던 경험인것 같다.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요즘도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사진첩을 꺼내보면 미소를 짓게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아이들이 옆에 있고, 선생님이라 불러줘야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다.

나는 많이 웃는 사람이다.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이 웃는다.

신규 교사 때는 어색함을 모면하려고 웃었지만 지금은 행복해지려고 웃는다. 내가 행복하려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많이 웃지 않는다.

어느새 부턴가 공부에 치여 늘 힘들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때마아 안타깝다.

나는 아이들에게 항상 오늘의 기억이 내일의 즐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을 갖고 지내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아이들이 싸우고 울고, 가끔 화를 내도 그 모습조차 어린시절을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무엇인가를 바라거나 또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할때 아이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을 내려놓기 전까지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

나는 나무의 생을 통해 잠시 내려놓는 과정을 배우고 싶다. 새싹이 돋아나 세상을 푸르게 하고, 풍성한 잎사귀로 그늘을 만들고,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주고 스스로 낙엽이 되며, 내년을 위해 앙상한 가지만 남기는 그런 작은 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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