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떤 부부를 보고 ‘오래산 부부’같아 보인다는 말을 했다면 이는 칭찬일까? 오래된 포도나무로 빚어낸 와인은 거의 고급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오랜 세월 다져진 진한 농축감의 향기와 맛 때문이다. 연륜이 숙성의 원동력이 되어 고급와인을 만들어내 듯 우리네 삶에서도 잘 견뎌낸 인고의 세월은 성숙한 관계의 초석이 된다. 즉 오래된 와인의 깊은 맛같이 부부가 함께 잘 보낸 세월은 현자의 지혜를 터득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축적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칭찬의 의미로 오래산 부부같아 보인다 했다면 부부금술이 꽤 좋아 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의미의 오래산 부부는 대화없고 자극없는 채로 그저그렇게 살아가는 부부, 너무 익숙해서 배우자 서로에게 무관심한 우리사회 흔한 부부를 지칭한다.

캐나다 위니펙대 페르 박사가 부부 여든쌍 이상에게 현재의 결혼생활이 어떠한지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이 ‘지루하다’ 였고 또 ‘재미없다 공감이 없다 로맨스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몇달전 발표했다. 중년여인 프란체스카(메릴스트립분)와 사진작가 로버트(클린트 이스투우드분)가 우연히 만나 4일동안 격렬한 사랑을 하는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온다 (This kind of certainty comes but just once in a lifetime)’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최고 사랑표현으로 연애편지에 자주 인용되는 귀절이다. 결혼 전에는 비슷한 맥락의 대사를 고백했거나 들었을텐데 어쩌다가 이 감정이 지루함으로 전락한 것인지 부부 관계회복의 계기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내일 21일 부부의 날은 부부 서로서로가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다. 타성에 젖은 무심을 털어내고 잊었던 관심을 상기하는 날이다. 너무 가까와서 서로 상처를 줄 수 있는 것도 피해야하고 너무 멀어서 애정도 줄어들고 있음도 간파하여 관계를 복원해야하는 날이다.남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당신 믿음직스러워’를,아내들에게는 ‘당신 사랑해’를 작은 선물이라도 곁들여 전해보자.오래산 부부일수록 낯가지러운 표현이 중요하다. ‘마음은 있는데’로는 감동주기 어렵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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