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현

춘천지법 공보판사

‘부부의 날’인 지난 21일자 강원도민일보 5면에 「소송보다 협의, 쿨한 이혼 대세」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3년간 춘천지방법원에서 이루어진 협의이혼은 연 평균 628.3건으로 이혼소송 건수보다 4배 정도 많다는 내용이다. 혼인과 다르게 이혼 절차에는 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법원이 일정부분 관여하게 된다.

협의이혼은 당사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하여 소송 없이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의이혼 신청 후 1~3개월의 숙려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이혼의사가 유지되면 양측이 직접 법원에 출석하여 판사의 확인을 받는다. 현행 민법이 협의이혼을 하려면 법원의 확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협의이혼의사확인 기일에는 간혹 일방 당사자가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이야기하여 그 사유에 대하여 질문하거나,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관한 합의에 이견이 생겨 판사가 직접 조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혼의사 및 합의 내용만을 간단하게 확인하고 절차를 종료한다. 분위기 역시 공방이 오고가는 여느 법정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담담하다. 출석한 사람들은 가족의 인연을 맺은 사람과 헤어지기까지 깊은 고민을 하였을 테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그와 같은 고민과 과거의 사정들을 읽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반면에 당사자 사이에 이혼 여부에 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이혼을 원하는 측에서 재판상 이혼을 구하게 된다.

우리 법제는 원칙적으로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 이혼청구권 유무를 결정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소송 과정에서 당사자는 서로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 공격하고 비난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상호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리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당사자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소송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자녀에게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법원은 단순히 제출된 증거로 당사자 중 누구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지를 따져 이혼 가부만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가사조사관이나 외부 전문가로 하여금 당사자 또는 자녀와 상담하도록 하여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당사자가 알코올중독 치료나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나아가 부부를 대상으로 관계회복을 위한 1박2일 캠프를 실시하기도 한다. 법원이 이처럼 후견적 역할까지 하는 것은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나름대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이혼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여 ‘건강한 이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여러 가족행사에 참여하고 결혼 소식을 전하는 지인들의 연락도 자주 받게 되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협의이혼이나 이혼소송의 당사자들 역시 가족에 대한 마음은 남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행복한 가정에 대한 열망은 더욱 클지도 모른다.

법원은 안식처이자 보금자리인 가정에서 반목과 갈등을 겪다가 결국 이혼을 결심하여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그 갈등을 해결하든, 관계를 마무리하여 새 출발을 하든 행복한 가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조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혼 때문에 법원을 찾는 사람들의 심정을 쉽게 헤아리긴 어렵겠지만 아무쪼록 법원의 조력으로 그동안 가족 사이에 쌓인 감정과 상처가 치유되고, 더 행복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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