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으로 처음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창시자라는 명명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더구나 그 도전정신이 내노라하는 경쟁자가 많은 치열한 세계에서 승리까지 이어져 일인자의 자리를 일궈낸 것이라면 의미 또한 각별해진다.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선수 등...불모지였던 세계시장에서 실력으로 코리아를 알린 이들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선구자로서 그 자리까지 가기위한 노력과 이들이 세운 공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휴스턴에 거주할 때 우리 가족은 박찬호경기를 보기 위하여 달라스 경기장을 갔다. 책가방에 국기를 달고 다닐 정도로 나라사랑이 컸던 아들이 유난히 박찬호 선수를 좋아해 마련한 시간이었다. 박찬호는 2002년 부터 5년동안 6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다저스에서 텍사스로 이적했지만 성적이 부진했다. 우리가 경기를 보러 갔던 그 당시에도 언론에서 ‘먹튀’라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그 날도 박찬호선수에게 우리가족을 위시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박찬호선수 화이팅’이라는 한국말 응원을 보냈는데 박선수는 미동없이 불펜 옆에서 투구 연습에만 몰입했다. 눈길은 커녕 미소조차 보일 수 없었던 그의 경직됨이 애잔했다. 치열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 잘 해보고 싶은 욕심과 반하는 성적이 어우러진 긴장감, 사투를 벌이는 듯한 외로움이 그에게서 배어나왔다. 힘든 생존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던 그날의 박찬호 선수 덕에 우리가족은 상황에 상관없이 응원을 보내는 것, 그래서 용기를 주는 것이 고국팬이 해야할 일임을 깨달았다. 다행이 그날 박찬호 선수는 모처럼 승리투수가 되었다.

괴테는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다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어깨 수술을 했다. 선수에게는 건강관리도 실력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좋은 결과만을 숭배하는 몰염치한 행동이다. 부상은 선수생활의 한 과정이기에 그저 묵묵히 기다리면 될 일이지 팬심이 흔들릴 일은 아니다. 어렵고 힘들때 끝까지 함께하는 친구 급난지붕 (急難之朋) 마음이 진정한 팬심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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