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문학박사

조선시대 문인 사대부들이 가장 탐승하고 싶어 한 곳은 금강산과 관동팔경이었다. 이곳을 조명하는 것은 당시 강원의 역사와 강원만이 지닌 문화적 특성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관동팔경인 강릉 경포대, 양양 낙산사에 이어, 올해 그 세 번째로 삼척 죽서루 특별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삼척 죽서루, 성스러운 땅, 나는 듯한 루’ 기획전은 관아에 딸린 삼척 죽서루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관동의 문화 중심지로서의 성격에 주목하였다. 또한 관동팔경도를 우리나라의 팔경도, 진경산수화, 기행사경도의 전통 속에서 보다 넓게 조망해보고자 했다.

보물 제 213호 죽서루는 조선시대 삼척도호부의 객사에 딸린 누각이다. 평양 부벽루나 남원 광한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등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태백산맥에서 발원한 오십천의 절벽 위에 자리한 죽서루는 건물 자체가 지닌 역사성과 더불어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동해가 아닌 천변에 위치하여 팔경 가운데 첫 번째 명승지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양양 낙산사가 유교적인 소양을 갖춘 선비와 승려들이 머무르면서 폭넓게 사상과 문화를 소통했던 지적 교류 공간이었던 것에 비해, 삼척 죽서루는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하게 관아에 소속된 누각으로 조선시대 250여 명의 삼척부사 흔적을 살펴 볼 수 있는 공적 장소이다. 또한 동시에 관동명승을 여행하기 위해 삼척을 찾은 문인과 예술가들의 쉼터이자 교유공간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조선시대의 죽서루는 관동 지역에 있어 문화를 누리고 창작하는 이들의 집결지였던 것이다.

조선후기 진경산수 화단을 이끌었던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예단의 총수였던 표암 강세황 이외에도 허필, 엄치욱, 이방운 등 많은 화가들의 작품 역시 이곳에서 탄생하였다. 특히, 강세황의 ‘풍악장유첩楓嶽壯遊帖’과 정선의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에 들어 있는 ‘죽서루도’는 관동팔경의 유람문화를 살피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조선후기 진경산수화를 연구하는데 매우 가치가 큰 작품이다.

또한, 죽서루 건물 안팎에도 죽서루와 별호를 쓴 현판을 비롯하여 숙종과 정조가 지은 시와 삼척부사들이 남긴 기문(記文)과 중수기가 새겨진 다양한 현판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오십천 절벽 곳곳에서 이곳을 찾았던 문인, 예술가들이 남긴 수많은 암각자 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서루와 그 주변 일대가 문화적 가치를 지닌 명승지라 할 수 있다.

영동에 있는 죽서루를 영서에서 전시로 풀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국립춘천박물관에는 죽서루 관련 유물이 두 세 점 밖에 없다. 이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삼척시립박물관, 고려대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개인소장가 등 전국 25곳에서 150여점을 대여해 왔다. 유물 대여 섭외, 유물의 안정한 운송,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시도록 발간, 유물 전시 등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한 큐레이터들의 땀방울로 이루어낸 전시이다. 죽서루가 건립된 지 800년 만에 이곳에서 탄생한, 그리고 죽서루와 관련된 자료들을 한군데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회화 작품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전 안견(15세기 활동)의 ‘사시팔경도’, 강세황의 ‘죽서루도’, 금강산과 관동장면 산수 75점을 그린 장축의 두루마리 ‘금강산도권’과 관아 건물에서의 무인들의 회합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남소영도南小營圖’(고려대학교박물관), 이신흠의 ‘사천장팔경도’(삼성미술관 리움) 등의 명품이 다수 전시된다.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준비한 이번 삼척 죽서루의 전시가 조선시대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좋은 창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후 삼척시에서 추진 중인 삼척도호부 관아 유적 복원 사업과 더불어 보존과 활용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간다면, 삼척 죽서루는 먼지 쌓인 과거의 건물이 아니라 21세기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는 우리나라 대표 누각 건축물로 되살려질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고려 문인에서 조선 관료 사대부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문화, 사상을 공유한 장소였던 죽서루가 다시금 삼척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강원도 문화를 대표하는 중심 콘텐츠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다가오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전시를 통해 과거의 강원을 엿보고, 현지 탐방으로 관동팔경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관광자원으로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