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

강릉단오제위원회 상임이사

단오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단오명절은 대부분 지역에서 사라져, 요즘 이를 의식하며 사는 이들은 강릉사람들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4대 명절(설,추석,한식,단오)을 챙기고 세시풍속을 이어왔다. 설과 추석, 한식이 가족공동체를 위한 날이라면, 단오와 정월대보름, 백중은 지역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공동체에 대한 사회 구조와 인식의 변화로 명절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매년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추석과 설도 귀찮고 짜증나는 날로 여기며 명절증후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강릉 사람들에게는 단오는 여전히 명절이다. 강릉시민이라면 누구나 매년 강릉단오를 통해 살아 있는 공동체를 확인하고 정체성과 소속감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 중요한 체험에 기꺼이 참여한다. 어려서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참여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참여하는 그야말로 온몸으로 세대를 넘어 공동체를 체득하는 독특한 경험을 이어 온 것이다. 그러므로 강릉단오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열의는 남다르다. 강릉을 지켜주는 수호신에게 드리는 제주를 빚고, 행사 기간에 함께 나눠 먹을 신주와 수리취떡을 만드는데 필요한 쌀만해도 해마다 5000여 가구가 한 주머니씩 들고 와 170여 가마가 모인다.

또한 단오장에서 치러지는 각종 행사는 지역의 기관단체들이 하나씩 맡아서 주관을 하며, 인력 봉사는 물론 각자 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예산을 메우는 전통을 수십 년째 이어 오고 있다. 이러한 일은 힘들고 번거롭지만 오랜 전통이란 이름으로 감내하고 있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지역의 오랜 공동체 정신이 만들어 낸 일인 것이다.

다음 세대는 과연 이를 맡아서 치러낼 수 있을까하는 의심의 목소리도 들린다. 요즘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이다. 그러나 여전히 단오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즐겨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청소년 프로그램 참가를 통해 보다 열린 공간에서 삶에 대한 열정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나친 기우란 것을 보여 준다. 청소년이 자라 이런 경험을 이어갈 것이며,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자랑도 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고 새로운 삶의 지식을 창조하고 이어 갈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의 키워드는 ‘하이컨셉’, ‘하이터치’ 라고 규명하고 있다.



‘하이컨셉’이란 패턴과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며,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 내고,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이터치’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 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가 말하는 키워드는 강릉 단오제가 갖는 의의와 맥이 닿아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명절이든 지역 행사든 그것을 치르는 방법은 시대의 변화에 잘 따라야 하지만, 공동체의 정신을 바탕으로 가꾸어 간다면 멋진 문화가 될 것이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로서 서로 교류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체 정신의 복원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소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서양 카니발의 시원과 마찬가지로 기존 질서의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과정이 축제라고 말한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강릉단오제에 참여하여 의례적인 전통 축제로서의 즐거움, 그 속에 숨어 있는 공동체의 삶의 방식과 새로운 삶의 질서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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