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기

춘천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교사

아침부터 부산하다. 아직 채 열리지 않은 영어실 앞에서 아이들은 줄을 서 있었다.

“8시 2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오래 기다렸니?” “오늘 스승의 날이잖아요. 그래서 공부시작 하기 전에 선생님께 이거 드리려구요.”

아이들이 내민 손엔 직접 만든 예쁜 카네이션과 편지가 들려져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아닌데도 이렇게 기억해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행복해.”

오늘 따라 더욱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아이들은 ‘모닝잉글리쉬 클럽(Morning English Club)’ 멤버들이다. 영어를 조금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아침 영어실에서 개설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놀랍게도 영어를 잘 못하면 위축 될 듯도 한데, 이 녀석들은 자신들이 아침 영어반 멤버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다닌다.

문득 한 아이가 이야기 한다.

“선생님, 제가 작년 도덕 시간에 환경을 사랑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말하려면 영어가 필요하겠죠? 지금은 잘 못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제 생각을 여러 나라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고 싶어요. 물론 다른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녀석들이 부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닐 수 있었던 건,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큰 선물에 그만 울컥하고 만다. 선생님과의 수업을 잘 기억해서 실천하려 노력하며,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 아는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 말처럼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일원임이 한 없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재능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예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돈을 버는 직업이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만들어주자. 진짜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꿈을 꾸도록 해주자.’

나에게 더 이상 교사는 직업이 아니다.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복한 선생님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