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상임이사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맛있는 젊음을 위한 청춘 레시피’. 이번 봄 학기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만든 출판물의 이름이다.

잡지출판 이론 학습과 실습을 겸하는 이 수업을 3년째 맡고 있는데 작은 잡지형태의 출판물 제작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진다. 무슨 내용을 담고 싶은지, 어떤 형태로 만들고 싶은지, 의견을 모으고 그것이 실현 가능하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그래서 다른 과목보다는 학생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그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다.

‘취업, 창업, 해외유학…’. 여기에 덧붙인 키워드는 ‘불안한 미래, 알 수없는 나’… 이런 것들이 내가 만난 대학생들의 현재이다.

3,4학년인 이들은 미래에 대한 화려한 꿈이 없다. 졸업이 가까울수록 현실이라는 무기에 의해 꿈은 산산이 조각나 있고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도 모호하기만 하다. 꿈은 멀고, 현실은 사방이 벽이라고 느끼는 청춘들은 우울하다.

우리의 수업은 이 현실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몸짓들을 담아내는 과정이었다. ‘선배들은 어떻게 취업했을까?’ ‘창업이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정형화된 스펙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의 스펙은 무얼까?…’

스스로 묻고 길을 찾아가는 청춘들에게 조금 더 밝은 길을 알려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작은 물꼬를 트는 시간이었다.

조금씩 주제가 다르지만 이 수업은 매해 비슷한 내용을 다루게 된다. 그런데 이 수업을 진행 하면서 가장 답답한 일은 이들이 지역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대학생활 내내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앞으로 강원도에서 계속 살 방법은 없는지, 졸업이 가깝도록 무지한 상태다.

강원도 출신 비율이 가장 높다는 강원대학도 50% 이상이 수도권 출신이고, 도내 다른 대학은 강원도 외 지역출신 비율이 훨씬 높다. 이들은 4년 동안 강원도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림자 인구다. 대부분 학교를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기회가 드물고 지역 연관성을 갖지 못한다.

강원도가 인구를 늘리기 위해 군인, 대학생, 유관기관 임직원 등 실제 도내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소 이전을 확대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강원도를 알리는 일이다. 학교가 거주한 도시의 특성, 대학생활 동안 즐길만한 문화환경, 그곳에서 도전해볼 만한 일자리 등을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재학기간 동안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 지역대학을 졸업한 경기도 출신자를 인턴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 그녀는 학교가 바로 붙어있는 인근 문화공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사무실이 붙어있는 길 건너 지명을 말해도 어딘지 몰랐다. 졸업하고 춘천에 거주했지만 주민등록 주소지는 고향집이었다. 지역문화를 어느 정도 인식해야 수행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우리 단체에서 그녀는 결국 오래 있지 못했다. 이처럼 지역이라는 바다에 섬처럼 고립된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은 결코 주소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들을 지역의 인재로 제대로 활용하려면 조금 더 진지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입학 단계에서부터 보다 꼼꼼한 지역친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꼭 강원도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강원도 친화형 인재가 필요하다.

머물고 싶은 곳, 돌아가고 싶은 곳은 오랜 인연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맛있는 청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식탁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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