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석

춘천 봄내병원장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하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행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의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행복은 뭘까? 행운과 복이 찾아오는 것인가? 행복이란 느낌일까? 기억일까? 소유일까? 로또에 당첨되거나 선물을 받으면 행복해질까? 목표에 도달하고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 행복인가? 행복의 반대는 불행인가? 행복한 상태가 아니면 무조건 불행인가? 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관념들을 살펴보면,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것,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 좋은 소식처럼 찾아오는 것, 횡재수처럼 우연히 발견해서 먼저 줍는 것 같은 뉘앙스 들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인고의 세월로 얻어지는 성취나, 노력의 결과로 나타나는 성과는 행복과 거리가 먼 것처럼 받아들인다. 재수가 있다, 없다, 좋다, 나쁘다 라는 표현도 흔히 쓰고, 자신의 재수를 점치기 위한 것에 지출도 많이 한다. 사주 보러 가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언제 돈 버나요?’라고 한다. 나쁜 액운이 끼었다, 흉살이 들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돈을 아끼지 않는다. 종교를 믿어도 절대자에게, 인생살이를 하며 겪게 되는 행복, 불행 모두 잘 견디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달라고 빌기 보다는, 나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을테니 불운은 피해가고 복을 받게 해 달라고 빌거나 심지어 거래 같은 흥정을 하기도 한다.

하바드 대학에서 몇 년 전 ‘행복론’ 이라는 강의가 있었는데 아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 강의 내용 중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요약해 보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감추거나 누르려 하지 말고 받아 들여야 극복도 된다)’, ‘자신에게는 물론 타인에게도 의미와 재미가 있는 일을 하라(가치 있으면서 즐겁기도 한 일을 하라)’, ‘실패를 불운으로 여기지 말고 배우는 기회로 삼아라’, ‘무조건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데에만 시간을 소모하지 말라(행복은 양에 달려있지 않다. 적당한 휴식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라(몸을 소홀히 하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현재의 조건에 감사하는 연습을 하라(행복은 외적 조건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불행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보자. 의외로 많다.)’.

우리들의 유전자 속에는 오랜 세월 외세의 침입을 겪어 낸 조상들의 집단 무의식과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오면서 생긴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1등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가 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면서 마치 운과 재수가 좋아서 1등을 차지한 것처럼 여긴다. 그 시선 속에 ‘행복하지 못한 것은 곧 불행’, ‘뛰어나지 못하면 열등한 것’ 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의 외줄타기를 자청하는 위험이 숨어있다.

‘부러우면 지는거야’라는 카피 문구는 너무도 한국적이다. 얼마나 노력했고 어느 정도의 향상을 이루어냈는가는 주목받지 못한다. 백년 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아들러는 이미 그 당시 유럽 사회의 ‘경쟁의 수직 사다리’에서 위로 올라가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진정한 행복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유럽인들에게 경고했었다.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들러는 행복이란, 수직 경쟁 구도 보다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내는 교류와 협동과 소통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갈파했다. 그래야 등급 매기거나 저울질 할 수 없는 행복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비교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므로.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을 의식하는 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진정한 행복의 맛을 구별해낼 수 있는 미각이 발달하지 못하는 법이다.

오래전 들었던 일화의 주인공이 생각난다. 부모 얼굴을 모르는 고아로 자란 사람이었는데, 매달 급여의 일정액을 자신의 고향인 고아원으로 송금하는 환경미화원이었다. 그는 명절에 자식들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하여 자장면을 시켜 먹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발 후 상쾌함이 한시간 쯤 가고, 비싼 차로 바꾼 행복감의 유효기간은 1년이 채 못 간다 하던가? 아이들과 함께 자장면을 먹으며 누리는 그의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행복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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