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트워크 지자체가 나서야

 얼마 전 전혀 기대치 않았던 한 통의 편지를 받고 하루종일 흐뭇하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 편지는 다름아닌 지난번 수해 때 작은 도움을 준 영동지방의 Y면에서 면장님 명의로 온 감사편지 였다. 그 편지를 받은 이후부터 Y면을 지날 때 마다 무심히 지나치던 예전과 달리 살가운 친근감이 느껴지곤 한다.
 최근 도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해조기극복 및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본다. 강원도민일보나 KBS시사프로에서도 소개됐던 강릉지방의 관광원정 홍보단 활동 등이 공격적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여름 수해 때 수많은 유관단체, 기업체, 군인,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피해지역의 연고 여부를 떠나 참으로 헌신적인 복구의 손길이 이어진 바 있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피해가 극심했던 강원 영동지방과 충북 영동지역에 집중적인 노력지원을 펼쳤다. 이제 봉사자들도 생업에 복귀한 후 어느 정도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런 차에 최근에 각 지자체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천양지차다.
 어디에서는 지역민과 공무원들이 감사인사를 돌고 마을잔치를 마련하여 봉사자들을 초청했다는 훈훈한 미담이 들리는가 하면 또 어디에서는 Y면에서 처럼 일일이 감사편지를 보내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간혹 어떤 곳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서로에게 잊혀져 가는 곳도 눈에 띈다.
 공치사를 받자고 생업을 팽개치고 삽을 들고 달려온 사람들은 단언컨대 없다. 그렇다고 막대한 피해 속에 아직도 시름하는 수재민들이 이것 저것 챙기고 인사할 겨를은 더더욱 없다. 그러면 누가 수재가 맺어준 이 인연을 귀중한 휴먼 네트워크( Human Net-Work)로 맺어주는 고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그것은 그 지역민들을 위해 일하는 지자체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 아닐까?
 비즈니스 마인드 혹은 마케팅적 사고는 멀리 있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제 펜을 들자! 그리고 수재가 맺어준 이 귀중한 휴먼 네트워크를 보다 가치 있게 키워 나가자.

엄 명 용 <교보생명 강릉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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