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케네디

천주교 춘천교구

운교동 성당 보좌신부

어느 마을에서 제일 재산이 많은 부자가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단순히 재산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무척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 역시 지혜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지혜롭고 훌륭한 스승에게 ‘지혜’를 배워오라고 보냈습니다. 아들은 훌륭한 스승님을 통해서 점점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공부를 끝내고 돌아오기 전, 안타깝게도 부자인 아버지가 주님 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슬퍼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렀습니다. 장례가 모두 끝나자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에서 집사가 아버지의 유서를 읽기 시작합니다. 아버지 유서의 내용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지요. 왜냐하면 그 내용은 이러했거든요.

“나의 모든 재산을 내 종에게 빠짐없이 물려주어라. 내 사랑하는 아들에게는 내가 남긴 유산 가운데 단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 부자의 유언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경악했지요. 단 한 사람은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부자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을 바라보면서 부러워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종의 위치에서 갑자기 그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지혜롭고 훌륭한 스승에게 배우고 돌아온 아들은 별 어려움 없이 아버지의 모든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요? 유언장을 따르지 않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문제는 아들이 선택한 단 하나의 유산 때문인데요. 그 단 하나의 선택으로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종’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종을 선택했으니, 아버지의 재산 역시도 모두 아들의 것이 된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우리 신앙에 맞춰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혜롭고 훌륭한 스승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들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혜를 통해서 우리들은 하느님 아버지께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예수님을 통해 받은 지혜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 세상의 관점으로만 판단하기에, 나에게 주어질 유산에 대한 불평과 불만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이 세상에서 특별히 뽑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주님 안에서 주님의 지혜를 간직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들은 올바른 판단과 함께 하느님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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