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가 인기다. 신변을 감추기 위해 노래 부르는 사람이 가면을 쓰고 나와 노래하면 방청객은 오롯이 노래만으로 그를 평가하는 포맷이다. 인지도 때문에 진정한 평가를 못 받았던 가수들이 당당하게 실력을 뽐내는 것이 볼거리다. 가수의 경우 노래만 잘하면 되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현실에서 그래도 실력자를 찾아내 기회를 준다는 것이 반갑다면 반갑다. 복면가왕에서의 ‘가면’은 편견을 다 감추는 좋은 가면이다.

외모나 선입견 노래실력 그 밖의 종합적 평가가 합쳐져 만드는 이미지, 그것은 ‘보여지는 자아’이고 노래실력은 ‘실제의 자아’다. 보여지는 자아와 실제의 자아가 괴리가 클 경우 꼼수로 그 괴리를 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일종의 ‘가면현상(Imposture phenomenon)’이다. 가면현상은 잘하는 척, 아는 척 등의 ‘척’으로 솔직한 자아는 부정하고 남의 삶을 자기것인 냥하며 이중적 자아를 표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남의 주목을 의식하는 사람들이나 유명인 같이 인기에 연연한 사람들이 실제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지면 모종의 비정상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로,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일명 천재수학소녀 김정윤 양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그녀의 화려한 스팩도, 하버드 스탠퍼드 두 대학의 합격도 모두 위조임이 밝혀지자 학력주의 교육이 문제였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한국부모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학력주의 학벌주의가 팽배하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김양의 문제는우리교육전체를 자성할만한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보편적 다수는 일등이 되고 싶다고, 또 일등이 되라는 압력을 많이 받아도 그렇게 그른 방법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찬사받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거짓의 가면을 선택한 것은 그녀 개인 가치관이나 인성의 문제 또는 가정교육의 문제지 학력주의 탓만은 아니라는 소리다.

버트런드 러셀은 책 ‘행복의 정복’에서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존경받는 외적인 여건들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아집과 자기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혹여 김양 부모처럼 크게 놓치고 있는 자녀교육이 있을지 모른다. 맹신을 덜고 객관적인 눈을 뜨자.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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