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연수

부정비리추방시민연대

강원도지부장·소설가

부정부패는(不正腐敗)는 사회구성원이 권한과 영향력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사적이익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중국은 관리들의 만연된 부정부패를 개탄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들의 부패를 야유하기 위해 중국어 한자 부패(腐敗)의 ‘부(腐)자를 현대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부(腐)자가 생긴 배경은 다음과 같다. 정부(政府)를 나타내는 ‘부(府)자 밑에 고기를 의미하는’ 육(肉)자가 결합된 것이다.

이는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의 고기는 매우 비싼 음식이어서 관료들에게 뇌물을 줄 때 주로 고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부(府)에 육(肉)자를 붙여 부패의 부(腐)자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뇌물로 고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 중국에서는 뇌물로 돈과 여자가 활용되고 있는데, 그래서 부(府)자의 밑에다가 육(肉)자 대신에 ‘금(金)자와 여(女)자’를 붙인 신종 문자를 만들어 비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 중국만 부정부패가 있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조선시대에 이상한 별명을 가진 관리들이 있었다. 중종때 이팽수(李彭壽)라는 별명은 ‘가장주서(家獐柱書)’였다. 가장은 개고기, 주서는 정7품의 벼슬(주사급)이니 ‘개고기 주사’였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을 보면 이팽수는 당시 좌의정 이었던 김안로(金安老)가 개고기를 매우 즐기는 것을 알고 개적(개고기구이)을 가져다 바쳤고, 이팽수와 같은 고향이었던 김안로는 이팽수를 승정원 ‘주서’로 임명했다고 기록 되어 있다. 그리고 광해군 시절 좌의정까지 오른 한효순(韓孝純)은 ‘더덕정승’, 호조판서가 된 이충(李沖)은 ‘잡채판서’라는 별명을 얻었다.

“처음엔 사삼(沙蔘 더덕) 각로(閣老)의 권세가 중(重)하더니 지금은 잡채 상서(尙書)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구나” 조선시대 광해군 재임 시절에 민간에 회자된 시(詩)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사삼각로(더덕정승)는 당시 좌의정을 지낸 한효순, 잡채 상서는 호조판서였던 이충 이다. 임금에게 각각 더덕요리와 잡채를 바쳐 출세했다는 조롱이다. 광해군 일기엔 “한효순의 집에선 더덕으로 밀병(蜜餠 꿀떡)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광해군은 이충이 만든 잡채가 올 때까지 식사도 안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사회를 충격으로 빠트린 어느 기업의 S회장 뇌물사건과 군 비리등과 비교해보면 꽤낭만(?)적인 뇌물이다.

세계에서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핀란드에는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A war beer and a cold sandwich are suitable for a civil servant but vice versa they are risky)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핀란드에서 신참 공무원에게 주입되는 윤리강령이다. 이러한 전통 때문인지 핀란드는 언제나 국가 투명도가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 그리고 미국은 총기사건 등 문제가 많지만 부정부패, 불법, 탈세 등에는 조금의 용서도 없는 나라다.

1421년(세종3년) 의금부가 평안감사를 지낸 김점(金漸)을 수사했다. 그리고 김점이 부정으로 만든 부정축재물이 무려 일천관이나 된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김점은 겨우 사형을 면하고 풀려났지만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면서 이렇게 말 했다고 한다. “나의 악명은 반드시 사책(史冊)에 기록돼 훗날까지 전해 질 것이다.” 그렇다. 그는 처벌이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저지른 부정이 역사에 기록돼 후손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무서워 한 것이다.

우리나라 공직자들도 비록 김점이 죄를 저질렀지만 후회하는 사고(思考)를 배워야 할 것이다.끝으로 핀란드의 신참 공무원들에게 교육시키는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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