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표시한 발언이 사진과 함께 일면 탑을 장식했다. 흰옷을 입고 말하는 박대통령의 사진에 분노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보는 국민이 다소간 불편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분노’는 우리사회 화두 중 하나이다. 책 트렌드 코리아는 분노의 원인중 하나로 ‘확증편향’을 말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즉 나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뜻한다. 박대통령의 분노가 그런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를 일이다.

물론 사안이 다르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다른 방법으로 분노를 해결해 주목 받았다. 그는 엊그제 있었던 백인 인종우월주의자의 총기난사로 죽은 흑인목사를 비롯한 9명의 장례식장에서 화해와 용서를 유도하는 명 추도사를 했고 대부분 언론이 갈채를 보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신의 은총)라는 찬송가를 함께 부르며 미국사회전체가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자라는 다짐으로 비탄의 감정을 가라앉히며 슬품을 치유했다는 것이다. 환호가 아깝지않은 오바마이다. 금년내내 미국 사회에서는 흑인박해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흑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분노를 표현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그는 비난하는 것 보다는 미국민을 아우르는 것을 택했다. 통큰 처신이다.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으면 명추도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는 평소 말 잘하고 사과 잘하고 국민에게 살갑게 다가가기 잘한다. 그의 능력과 성품이 소통과 감성의 리더십에 탁월할 수 밖에 없는 천부적인 것이지만 이 또한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설득 시키려면 전달하는 사람의 인격적인 성향을 말하는 이토스 (Ethos), 마음을 움직이는 성향 파토스(Pathos) 그리고 설득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리적 측면 로고스(Logos)의 3단계를 거친다고 말한다. 결국 설득의 달인이라는 오바마의 호칭은 신뢰 등의 인격적 성숙을 뜻하는 파토스와 배려 경청 등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감성적 능력인 이토스 역량을 충분히 검증받았음을 의미한다. 대통령 연설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경험,우리도 해보고 싶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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