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동생하고 싸우는 아이를 야단치며 그렇게 매일 싸울거면 집을 나가라고 협박한다. 이쯤에서 엄마의 각본대로라면 아이들이 매달리며 엄마 잘못했어 다음에는 안그럴게라고 해야하는데 아이들이 사과조차 없이 진짜로 집을 나가버린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온 것은 아이가 그동안 성장한 것을 엄마가 너무 몰라서일 수도 있고 엄마의 권위가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아이의 판단일수도 있고 사과할 정도로 잘못을 하지 않았기에 엄마의 꾸지람이 타당하지 않다는 아이의 항변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기대외 반응이 나오면 엄마는 생각이 많아진다. 반응행동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야단을 쳤어야했는데 그를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불찰이었음을 깨달으면서 엄마는 사태 수습을 고민한다.

박대통령도 고뇌가 깊겠다는 짐작을 해본다. 대통령 명이라면 금세 다 통할 줄 알았는데 유승민 원내대표의 결단이 오래걸렸다. 사기에는 군주의 명령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군령유소불수 (君令有所不受)라는 말이 나온다. 제나라 장군 사마양저가 왕이 아끼는 신하 장고를 군율에 따라 처형하면서 생긴 말로 왕의 명령도 타당치 않으면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할 때 인용된다. 왕의 명령에 순종을 안하고도 불경한 신하로 남지 않으려면 그 불순종이 옳았음을 그리고 정도에 따라 행동했음을 증명해야하는 것이 대전제로 따른다. 유대표의 고민이 깊었던 이유이다.

유대 경전 탈무드에는 오른손으로는 벌을 주고 왼손으로는 껴안을 것을 권한다. 체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감성 또한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이번 대통령과 유 대표의 사안은 단순한 체벌이 아니다. 많은 의미가 함의된 감정과 감정이 엉키고 미래에 대한 계산과 계산이 번뜩이는 단죄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안건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오늘 열릴 예정이다.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지만 비박 친박을 떠난 정치인의 양심을 기대해본다. 정치인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우선적으로 지향한다는 ‘정의’와 그 정의를 ‘도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실천한다는 것이 바로 그 양심의 근간이다. 사태 봉합이 상식에 입각한 마무리이길 바란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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