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올림픽을 앞에 두고

▲ 유현옥

문화커뮤니티 금토 상임이사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민들에게 잘 그려진 한 폭의 풍경화였다. 그림의 구도도 좋고 색감도 풍부한 원경의 풍경화. 하지만 그걸 당겨 근경을 보니 이곳저곳의 흠이 보이기 시작했다. 풍경 속의 궁전 같던 집은 창문이 없었고, 넓은 잔디밭은 듬성듬성 잔디가 죽어 붉은 색깔도 보였다. “아이, 참 이런 모양이었어?” 의문도 생기고 실망도 자라났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그림을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 그림의 일부분이 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멀리 바라보는 것은 주체와 객체가 분리된 일이다. 이제 구경하는 사람의 자리에서 일어나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앞에서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얼까?

2018평창 동계올림픽의 한 축인 문화올림픽이 커다란 과제로 다가왔다. 이미 시작된 것들도 있다. 강원도는 최근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연차별 국비확보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행정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비해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무엇을 얻을 것인지 여전히 감을 못 잡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연계 문화예술정책 토론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문화올림픽을 아우르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또 몇몇은 강원도가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영역의 문제를 지난하게 언급했고, 아이디어 수준의 프로그램들도 제안되었다. 강원도가 해야할 문화올림픽에 대한 공감이 없다는 반증이다.

강원도가 중앙부처와 교감을 통한 문화올림픽을 세부 사업계획을 세웠지만 지역의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개진할 기회가 없었고 별 역할이 없어 보인다. 물론 여러 형식의 논의창구가 있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나 의견이 반영된 것 같지는 않다. 정보는 공유되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문화예술인들 스스로 지역의 중대한 이슈를 담론으로 삼아 논의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손안에 들어오는 감각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몇몇 예술단체에게 부여된 문화행사를 치르는데 급급하고 자신들에게 어떤 예산이 돌아올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현실이다. 조금 더 넓게 이 거대한 그림이 진정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적다.

강원도 문화의 정신적 가치에 주목하고 그것을 키워내는 일,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후 우리에게 남을 것이 무엇인지를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해야 할 때이다.

‘2018’을 향한 긴 레이스를 달리게 될 문화올림픽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장식할 수많은 문화행사들이 주역이 될 것이다. 그것을 통해 특정영역의 예술이 성장하고 문화상품이 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원도민의 문화의식, 문화적 자부심이 부쩍 자라는 기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강원도의 역사적 맥락과 생활 관습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부각되어 꼭 예술가가 아니어도 다수의 도민들이 문화적 자긍심을 넉넉히 느낄 수 있는, 문화저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동계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지치도록 만나게 될 문화행사들을 앞두고 ‘문화는 삶의 양식’이라는 조금 더 넓은 개념의 문화를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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