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선

영월초 교사

“영월에도 이런 공연문화가 다양하게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어떤 공연을 보러 갈까? 여기 갈까, 저기 갈까? 하고 고민하는 날이 왔으면 해요.”

‘여행자노래 놀이 장터’(이하 여놀장) 무대에 선 사회자의 말이다.

숨통이 트인다. 여유도 생긴다. 지난주 토요일 여놀장 콘서트를 본 뒤부터는 무대에서 들었던 곡들,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시나위 ‘크게 라디오를 켜고’, 자전거 탄 풍경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다시 찾아 듣게 된다. 흥얼흥얼. 중얼중얼. 얼마 만에 일하면서, 놀면서, 설거지하면서도 부르던 노래던가.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홍대와 인천에서 노래를 불렀던 싱어송라이터 앨리스입니다”라고 소개한 단아한 여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영월에 내려와서 지난 2년 동안 이런 무대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찾았네요. 매주 토요일 새로운 곡으로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홍대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다부진 자신과의 약속을 관중 앞에 턱 내 놓는 그녀가 무척 신선했다.

“노래할 때, 정신을 몰두하고 나에게 빠져들어야 깊은 이야기가 전달돼요. 그렇지 않을 경우엔 분위기를 찾으러 가면을 쓰고 노래하게 되는데, 편할 수 없죠. 이곳에서는 여러분이 있어서 그런가요. 편안해요.”

이렇게 매주 토요일마다 영월에 있는 여행자의 노래 도서관에 가면 특별한 일이 있다. 도서관 마당에서 낮 12시부터 장터가 열리고 오후 6시부터 콘서트가 열린다.

노래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과 노래 들으며 열광하고 위로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장터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상추, 오이, 고추 등이나 집에서 만든 오디잼, 사과잼부터 가을에 말려놓은 곤드레, 고사리 등이나 입다가 작아진 옷, 신발, 책…. 뭐든지 다 나와서 사고 팔 수 있다.

지난주 토요일은 어떤 할머니가 집에서 설탕 없이 졸여서 만든 오디잼을 가지고 나오셨는데, 200㎖정도 되는 유리병에 한 가득 담아서 2000원에 주셨다.

앞으로 여놀장이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만남의 장이 되길 바란다. 너도 나도 욕심없이 경쟁없이 ‘호호하하’ 하다가 가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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