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석

봄내병원장

말 그대로 ‘몸 언어’, ‘신체 언어’ 라고도 한다.

사람의 의사소통 방식 중 언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소통 방식을 뜻한다. 눈빛, 표정, 몸짓, 자세, 태도, 분위기 등을 다 포함한다.

사람은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소통을 위해 언어를 발명했다고 생각되는데, 어떨 땐 언어가 사람 간의 소통에 장애가 되거나 심지어 관계를 파괴하기까지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돌고래들에게도 인간의 언어에 해당되는 복잡한 소통 방법이 있다고 한다. 돌고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돌고래의 소통 방식이 인간의 언어보다 한 수 위인 면도 있고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을 사용하는 돌고래들 사이에서 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소위 ‘통역사 돌고래’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돌고래들끼리의 소통 방식들 중 어떤 방법은 서로 상대편을 속일 수 없이 투명하고 실시간 파악되는 소통 방식도 있다고 한다.

바디 랭귀지는 돌고래처럼 고차원적인 소통을 할 수 없는 인간이 몸으로써 언어 소통의 한계를 보충하려 시도했던 결과가 아닐까?

한편 사람의 성장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언어를 습득해서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기 전에 사용하던 주된 소통 방식이 바디 랭귀지 이겠구나 싶다.

사람 뇌의 표면에서 오감 중 시각과 청각과 언어와 관련된 부위가 차지하는 면적이 굉장히 넓다. 그만큼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시청각과 언어로써 소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디 랭귀지는 언어를 배우게 되기 전의 주요 소통 수단이었다. 그래서 오래된 소통 수단인 바디 랭귀지를 잘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 연령이었을 때의 습관과 흔적이 묻어나온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말로 소통하다가 감정이 격해지거나 막히게 됐을 때 보여주는 몸짓이나 행동은 만 5세 심지어 만 3세 이전에 익숙했던 동작이나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동물에서도 마찬가지이듯 눈은 몸의 ‘겉에 나와 있는 뇌’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외부 자극에 대해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고 반응하는 안테나이다. 얼굴 표정은 수십 개의 안면 근육이 감정의 색깔에 따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수십 내지 수백 가지의 아주 복잡 미묘한 표현이 나오지만 뇌에서 가까운 부위이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처럼 위장이 쉽게 가능하다고 한다.

몸 전체 자세와 포즈, 동작 또한 무의식과 의식 모두의 지배를 받지만 뇌에서 먼 부위일수록 뇌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쉬워지므로 손과 발이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동작은 의식이 통제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정직한 부위는 어디일까? 아마도 ‘내장’이라고 부르는 내부 장기들일 것이다. 이것은 의식이나 의지에 의해서 통제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자율신경에 의해 자동으로 관리되고 있는 부위라서 그럴 것이다.

배꼽시계가 울리는데도 울리지 않은 척 ‘나 배 안고파’라고 말할 순 있지만 배꼽시계의 울림을 멈출 수는 없으니 말이다.

바디 랭귀지는 차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상대방의 말에 좀 덜 집중하면서 상대방의 몸이 표현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말에 의해 가려져 있던 것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 특히 어릴수록 바디 랭귀지는 언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때로는 머리를 비우고 상대방의 눈빛과 표정과 몸짓과 그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를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의 온도와 색깔이 어떤지를 느껴보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그 사람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좀 더 제대로 소통하게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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