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영혼이 자신의 육체를 떠난 상태를 유체이탈이라 말하는 것으로 보아 유체이탈 화법이란 자신이 빠진 화법이다. 즉 잘못을 말해야할 경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탓으로 전가하는 화법, 진실을 외면해서 말해야하니 많은 말을 해도 정확한 요지가 없는 횡성수설 화법 등을 통 털은 화법으로 이해된다.

흔히 사람들은 능력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감성적 도덕적인 면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을 회피하고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자성이 없는 이유이다. 책 ‘정신의 발달과정’은 ‘우리는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에 상처를 받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결국 우리가 벌이는 논쟁이라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기 위한 근거를 찾는 노력으로 일관된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은 뭔가를 이루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부터 이겨내 객관적으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시사한다.

새정연이 국민의 감성에 어필하는 전략으로 ‘셀프(self) 디스(dis) 캠페인’을 시작했다. 셀프 디스에서 디스(dis)란 disrespect(무례)의 줄임말로 누군가의 과오를 공격해 망신을 주는 일을 말하는데 앞에 셀프가 붙었으니 셀프디스는 ‘자기 반성’ 쯤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는 것, 그것을 혁신의 시작으로 삼았다는 것이 신선해 보인다. 데일 카네기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본인의 가치를 올려주는 것이며 스스로도 고결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셀프디스가 효과를 봐 울림을 주려면 메시지에 진정성이 실려 있어야 하는데 새정연의 경우는 글쎄이다. 기대치와는 많이 다른 현실이다. 문재인의 셀프디스 표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지 못해 죄송합니다’이고 첫 문장은 ‘인권변호사로 일하다보니,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듣고’이다. 박지원의 셀프디스는 ‘호남호남해서 죄송합니다’이다. 문재인과 박지원의 셀프디스는 말에는 죄송합니다가 들어있는데 글을 읽어보면 죄송하긴 커녕 자랑에 가깝다. 진실한 겸손과 반성이 없는 셀프디스는 코미디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실패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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