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지난 2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돗토리현을 다녀왔다. 강원도교육청과 돗토리현교육위원회는 그동안 교원, 학생, 학교운영위원회 및 학부모회(PTA), 기관장 상호방문 등의 교육교류를 해왔는데, 올해가 약관 스무 해째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축소 또는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주민직선 1기를 맞아 돗토리현의 교류재개 요청과 의견교환을 위한 내방 이후, 2011년부터 교육교류와 함께 양도·현의 교육현안을 다루는 교육토론회를 병행해 오고 있다. 행복한 학교만들기, 생활지도 및 학력관리 방안, 학교내 휴대전화 사용, 교실복지 구현 방안, 바람직한 국제교류 방향, 집단괴롭힘 현황 및 대응 등을 주제로 교육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교육토론회의 주제는 ICT활용 교육과 학생 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이었다. 22일 토론 후, 이틀 동안 고난가쿠엔(湖南學園)소·중학교, 돗토리니시(鳥取西)고등학교, 지즈(智頭)중학교를 방문하였다. 고난가쿠엔소·중학교는 특이하게 설립 주체가 군(郡)의 조합이다. 우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 과정이 한 학교의 교육과정으로 이어진, 이른바 일관(一貫)학교다. 소학교 99명, 중학교 46명이 재학 중이니 ‘작은학교’인 셈이다. 마을 학교의 소중함에 공감하여 군(郡)이 앞장서서 조합을 결성, 작은 학교를 살리고 작은 학교의 강점을 키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돗토리현이 세운 돗토리니시고등학교는 돗토리현청 등 돗토리의 주요 공공기관이 몰려 있는 구송산(久松山) 아래에 자리잡았다. 1873년에 개교, 일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공립학교라고 한다. 원래 교사(校舍)는 내진공사 중이라 학교 운동장에 지은 가건물에서 수업 중이었다. 이 날은 오전부터 30℃를 훌쩍 넘는 무더위였는데, 선풍기 서너 대가 돌아가는 교실에서 말 그대로 진땀을 흘리며 수업 중이었다. 24개 학급 중 절반 정도의 수업을 참관하며 내 눈길을 끈 몇 장면이 있다.

한 반 44~46명의 학생 중 흰 와이셔츠에 검정 바지, 혹은 흰 브라우스에 검정 치마가 아닌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손님맞이 때문은 아닌 듯했다. 버스로 이동 중 하교하는 학생들 몇 무리를 봤지만 옷차림은 학교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았고 흐트러짐 또한 없었다. 이런 자기관리도 물론 배울 만하지만, 정작 내가 놀란 것은 따로 있다.

이 학교는 960명의 학생이 다니는 비교적 큰 학교인데 비만인 학생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학교가 제공한 학교교육방침, 2015년 중점목표, 특색사업 등 어디를 봐도 학생 체력과 관련한 항목은 보이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내가 학교장에게 물었다. “비만인 학생이 안 보이던데, 무슨 특별한 교육이 있었느냐.” 학교장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얼버무렸다.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아마 부모들의 극성 때문인 것 같다.” 이건 저들의 끝을 알 수 없는 겸손일 터. 나는 학교 현황 중 학생 통학에 그 한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도보 16%, 자전거 54%, 기차 21%, 버스 6%, 기타 3%!, 70%의 학생이 걷거나 자전거로 통학한다.

또 하나는 동아리활동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니시고는 진학희망자 중 98%를 4년제 대학에 보낸다. 그런데 수요일에만 8교시이고 다른 날은 모두 45분 수업에 7교시다. 7교시 이후엔? 학교는 학생에게 자유를 주고 학생은 자기주도적 계획에 맞춰 자율적으로 활동한다. 80%의 학생이 동아리활동에 참여한다. 학교에서건 시내에서건, 삼나무숲이 장관인 농촌에서건 빠짐 없이 본 장면 중 하나는 야구복 입은 선후배 대여섯 명이 줄 지어 뛰는 모습이었다. ‘학습과 부활동의 양립’, 이것을 통한 강인한 체력과 유연한 사고, 창조적 표현력과 풍부한 감성 함양이 이 학교의 교육력이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본 지역의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획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킨 ‘지즈 스마일 프로젝트’와 지역 특산물인 삼나무를 사용하여 교육환경을 크게 개선한 지즈중학교 사례, 관람객이 직접 가지고 놀 수도 있는 장난감 박물관 와라베(‘어린이’의 일본말) 등도 눈에 띄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이 이웃나라에게는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계기로 강원교육구성원들과 함께 우리에게만 있는 특색 교육을 만들어야 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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