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

요즘 스치는 사람마다 내뱉는 말이다. 가마솥에 들어앉은 것 마냥 무더위에 숨이 헐떡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말하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도 맥빠지는 단어다. 그러고 보니 말복이다. 입추가 지났건만, 그래도 여전히 폭염이 기승이다.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맞아 봐도 힘이 쭉쭉 빠진다. 지긋지긋한 더위에 몸은 쉽게 피로해지고 입맛은 가출한지 오래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옛 속담이 딱 맞다. 밥알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니 제대로 일이나 하겠는가.

이럴 때 평소와는 다른 입맛을 돋궈줄 무언가가 절실하다. 쫄깃한 수육과 얼큰한 탕이 일품인 흑염소 요리, 어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단백한 추어탕에 칼칼한 매운탕이 침샘을 자극한다. 한약재와 각종 해산물이 조화를 이룬 해계탕과 해천탕, 홍합장칼국수는 어부들의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오리·닭백숙은 여전히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은 말복.지친 몸과 마음을 위한 이색 보양식들과 함께 늦여름 기력을 보충해보자. 노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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