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석

봄내병원장

최근 ‘루시’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에는 배우 최민식이 한국 악당으로 나와서 재미를 더해줬다. 마약 같은 합성 물질을 우발적으로 다량 섭취 당하게(?) 된 여주인공이 그 물질로 인해 뇌가 열려서 초능력을 발휘하고 마지막엔 육체를 버리고 초월적인 존재가 돼 사이버 세계로 사라지는 줄거리였다.

인간이 뇌세포가 연결된 접속 네트워크 중 10%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던 단계에서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 혁명적인 진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만든 가상영화였다.

‘지능’이란 무엇일까?

‘지적인 능력’이다. 지구 상의 동물 중 인간의 지능이 가장 높아서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고들 말한다. 지능은 주로 학습능력, 즉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서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능에는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성 지능은 말 그대로 언어(수학에 사용되는 기호도 포함해서)를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 언어성 지능이 바로 머리가 좋냐, 공부를 잘하겠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고 하겠다. 학업 상황에 빗대어 말하면 필기시험이나 구술시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동작성 지능은 이미지나 도형 같은 것에 대한 (시각적) 기억력, 공간 개념, 손으로 도구나 기계 등을 조작하는 능력, 몸을 움직이는 운동신경 등을 수행 평가처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변 환경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하고 추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며 또한 환경 속에서 자신과 타인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눈치’이고 이를 따져서 조율하는 감각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성 지능은 학습능력, 동작성 지능은사회성이라고 단순하게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 두 가지 지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엇비슷하게 발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어성 지능은 높은데 동작성 지능이 떨어진다면 아는 것은 많은데 사회성이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은 잘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동작성 지능은 좋은데 비해 언어성 지능이 떨어진다면 학습 능력이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 높고 언어적인 논리나 합리성이 약해 충동조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지능은 어떻게 해야 잘 발달할까?

지능 발달에 장애요인인 뇌의 병이나 충격 등으로 인한 손상 같은 것이 없어야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바탕으로 환경에서 좋은 자극들을 받고 이것이 학습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뇌 발달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데 이 타이밍은 사람마다 다르다. 언어가 먼저 발달하는 아이도 있고 동작 기능이 앞서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경우에 이로운 자극은 먼저 충분히 놀게 하는 것이다. 엄마와의 놀이든 또래와의 놀이든 언어와 동작 기능 발달에 좋은 자극이 되면서 관계형성의 감을 자연스럽게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 조기 교육도 놀이의 연장이어야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운동이 성장기 두뇌 발달은 물론 치매 예방에도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젖먹이 때부터 부모와 관계형성이 안정적으로 된 아이가 두뇌 발달도 순조롭다고 한다.

인간의 신체 중 뇌는 가장 먼저 발달하기 시작해서 가장 늦게 완성된다. 뇌라는 하드웨어가 완성되는 시기는 대략 대학생 나이인 20대 초중반까지로 본다. 소위 그릇이 완성되는 것이다.

완성된 그릇에 경험을 담는 과정을 ‘성숙’ 또는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뇌라는 그릇이 완성되는 과정에서도 타고나는 것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긴 시간에 걸쳐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는 무수한 자극들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겪은 끝에 완성되는 뇌는 성장 환경에서 받는 영향들이 고스란히 기록·저장되며 그 영향들에 의해 방향과 특징이 결정된다. 선조들이 태교에서 산모가 보고 듣는 것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세운 이유들이 현재의 과학적 발견과 근거를 바탕으로 따져봐도 매우 과학적이고 타당하다는데 신기함과 존경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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