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선

전 석사초 교장

1970~1980년대 초등학교에서는 매월 첫 주 월요일 아침이면 교장선생님께서 단상에 오르시어 지난 한달 동안 저금을 제일 많이 한 학급과 학생에게 상패와 상장을 주시면서 ‘우리가 저금한 돈은 나라발전을 위해 쓰이기에 저축하는 사람은 애국하는 일’이라는 훈화를 해 주셨다.

1970년 4월 22일 한해 대책을 위한 지방장관회의에서 시작된 근면·자조·자립을 바탕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의 시발점인 ‘새마을 운동’에 발맞추어 온 국민이 저축운동으로 어머님은 밥솥 앞에 놓인 작은 항아리에 밥쌀 한 줌씩,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나눠준 ‘용돈 기입장’을 정성껏 쓰면서 쓰고 남은 돈이 아닌 절약해서 아껴쓴 돈을 모아 매주 정해진 저축의 날에 우체국에 내면 다음 날 통장을 돌려받고 숫자를 세어보곤 하였다.

며칠 전 중앙 일간지에 초등학교 앞 문구사, 분식 집, 떡볶이 집, 주먹 밥집 등에서는 어린이를 상대로 ‘수첩장부’라는 기록장을 만들어 학교를 마치고 학원가기 전,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자기가 먹은 간식 이름과 날짜를 기록하게 한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많다고 하면서 한 가게에 많게는 30여명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맞벌이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학용품이나 간식거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아이들의 용돈을 노린 힘센 학생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돈을 잘 잃어버리는 일도 줄일 수 있어 거래는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11살, 8살, 5살짜리 세 딸을 키우면서 집앞 분식 가게에 아이들이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외상장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앞 토스트 가게에는 ‘선 결제를 황영합니다’라는 문구를 걸어놓고 아이들이 사용한 물품과 금액을 적은 영수증도 발행한다고 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는 카드를 갖고 학교앞 가게에 들려 1만원을 찍고 주인에게 6천원의 현금을 받아쓰는, 어른들이 하는 일명 ‘카드깡(불법 할인 대출)’이라는 행위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상생활에서 주고받으며 부족한 것은 순위를 정해 아껴 쓰고,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이 모든 상황들을 경제활동이라고 한다면 어려서부터 바람직한 생활방법을 찾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경제교육일 것이다.

물건을 사기 전에 꼭 사야만 하는지 한번은 더 생각해보고, 구입한 물건은 계획대로 아껴 쓰고 남는 것이 있다면 이름표를 붙여 잘 포장해 두었다가 다시 쓰는 지혜를 익혀간다면 그것이 바로 체험을 통한 경제교육이 아니겠는가.

버스를 이용해도 넉넉한 것을 택시를 타고 간다는 것이 습관처럼 된 어른들, 그러면서 돈 때문에 못살겠다고 푸념과 한숨을 품어내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수첩장부’나 ‘외상장부’를 만들어 쓰게하는 부모님, 용돈관리가 잘 안된다고 자녀들에게 카드를 만들어주는 어른, 카드깡을 해주는 가게주인, 현금이 필요 하다고 엄마가 만들어 준 카드로 카드깡까지 하는 어린이라면 그 어느 하나 합리적인 주고받음(생활경제)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무조건 적게 쓰는 것보다는 어떻게 쓰는 것이 경제적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고, 주나 월로 수입과 지출, 용돈의 사용 빈도를 항목에 따라 분류하여 적절성을 어린이와 함께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린이 경제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외상은 소 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을 들려주시면서 돈 때문에 사람이 죽고 사는 경우가 너무나 많으니 ‘돈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러 주시던 어머님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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