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가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가요&클래식콘서트를 연다는 광고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껴본다. 그리고 성악가 박인수를 떠올려본다. 박인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이 붙혀진 ‘향수’를 대중가수 이동원과 함께 부르고 1989년 클래식 음악을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국립 오폐라단에서 제명을 받았다. 음악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것이 제명의 이유이다.소위 클래식계의 갑질을 당한 셈이다.박인수는 음악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하기에 어디서든 그 목적에 충실하기만 하면 자신은 장르에 상관없이 노래부른다고 항변한다.

요리비평가 황교익씨는 ‘백종원의 음식은 싸구려 식재료로 맛을 낼 수 있는 방법, 즉 외식 레시피를 따른 것에 불과해 그는 셰프가 아니고 사업가로 보인다.’고 백종원을 폄하한다. 이 또한 일종의 갑질이다. 재료가 비싸고 레시피가 어렵고 즐기는 층이 제한되고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요리를 해야 ‘셰프’라는 용어가 부쳐질 수 있다는 인식은 클래식 만을 음악으로 고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까닭이다. 일상적 음식이나 가요는, 평범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언제나 우리의 성장과 맥을 같이 했던 것들이서 절대가치가 평가절하되면 안되는 소중한 것들이다.

갑질은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 을을 얕잡는 나쁜 행위를 일컷는다. ‘땅콩 회항‘사건의 장본인 조현아처럼 권력으로, 박인수 경우처럼 집단의 힘으로, 백종원처럼 전문가가 아니라는 명분으로등등 다양한 연유로 갑질은 일어난다. 하나 더 첨언을 한다면 워낙 말이 안통하는 막무가내식의 갑질도 있다.연평해전을 비롯하여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등 지나치다 싶은 북한의 남한공격이 이에 해당한다.

DMZ 내 지뢰폭발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대북 확성기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협상을 제안 며칠의 마라톤회의가 열렸고 드디어 어제새벽 합의에 도달했다. 조선시대 학자 허목은 저서 기언에서 ‘제 힘만 믿고 날뛰는 사람은 제명에 죽지 못한다. 이기기만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수를 만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갑질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했던지를 을의 방어를 겸한 공격에서 깨닫게되는 것,그것이 오만한 갑들의 공통된 운명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